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안전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2018년 9월 4일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유출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배경에는 두 가지의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누출되었다는 점과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배관 부속품인 선택밸브가 이탈되어 있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사고 직후 조사 과정에서는 소방 선로 철거 작업과정에서 배선을 오인해 잘라낸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경찰 조사결과, 노후화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교체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산화탄소는 화재 시 발생하는 연소생성물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가스 그 자체의 독성은 거의 없으나 다량이 존재할 경우 사람의 호흡속도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하여 화재가스에 혼합된 유해가스의 혼입이 증가해 위험을 가중시킨다.

공기 중에서 8%가 유출되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20%이상 유출되면 즉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성도 높다. 실제 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0~2018년까지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한 사상사고는 총 11건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8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부상당했다.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던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사고는 2001년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발생한 사고다. 당시 이산화탄소 소화약제가 누출돼 1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 2014년 2월 발생한 경주 모 호텔 보일러실 사고도 피해가 상당했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해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상기 사례와 같이 이산화탄소 소화시설의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예방대책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첫째, 이산화탄소 소화약제에 색을 첨가하자. 이산화탄소는 무색이다. 때문에 유출 사실도 모른 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 소화약제에 색을 첨가하여 누출 시에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산화탄소 소화약제에 냄새를 첨가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는 냄새가 없어서 누설이 되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액화석유가스(LPG) 또는 액화천연가스(LNG)처럼 부취제(附臭劑)로 냄새를 첨가하되, 인체와 대기환경에 무해한 물질을 사용하여 이산화탄소의 유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신속·안전하게 대응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소방용품별로 내구 연한을 정하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 사용되는 동관, 선택밸브, 소화약제 용기밸브, 기동용기 등의 소방용품에 내구 연한을 정해 작동기능점검이나 종합정밀점검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부품들을 교체해주어야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산화탄소 소화약제를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 소화약제로 교체하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대중이 이용하는 대학교, 병원, 지하철역, 백화점 등에도 설치돼 있는데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보다 인체에 위험성이 낮은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 소화약제(청정소화약제)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 소화약제가 이산화탄소 소화약제에 비해 가격이 최대 2배 이상 비싸긴 하지만 위험상황에서 그 값을 제대로 하는 소화약제이다.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경제논리를 뛰어넘어야 비로소 안전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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