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승인 범위 최소화해야 ‘위험의 외주화’ 막을 수 있어
도급승인 범위 최소화해야 ‘위험의 외주화’ 막을 수 있어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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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노동현안을 둘러싼 변화의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산업안전보건의 근간인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월 전부 개정된 것은 물론,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이와 같은 사항들은 결국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노동환경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이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동자 개개인이 부딪쳐서 큰 효과나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노동자들을 대표해 사회적 대화 창구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본지는 우리나라 양대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의 김주영 위원장을 만나, 노동현안 해결 방안과 안전일터 조성을 위한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지난 1월 15일 전부 개정 산안법(일명 김용균법)이 공포됐습니다. 한국노총의 입장에서 보는 개정 산안법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30여년 만에 전부 개정됐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산안법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후약방문’식으로 계속해서 개정돼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산안법이 ‘누더기 법’이라고 불렸겠습니까.

그동안 노동계에서 위험의 외주화와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수많은 노동자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산안법이 전부 개정된 것은 그동안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진 것 같아 기쁩니다. 특히 법 개정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확대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다만, 일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Q. 산안법 하위법령(시행령, 시행규칙 등) 개정 시 반드시 포함해야하는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법개정에 따라 사회안전망이 이전보다 한층 강화됐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랜차이즈 노동자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이지요. 하위법령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 나갈 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도급작업 승인과 관련된 조항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구체적으로 기술돼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이번 전부 개정의 핵심이자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큰 장치입니다.

개정 법은 도금 등 유해ㆍ위험작업의 사내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지만, 일부는 고용부장관의 승인이 있으면 허용토록 했습니다. 이 부분이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급승인의 최소화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대전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도급을 승인하는 작업들은 어떤 것인지’, ‘도급승인 과정의 투명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노동자 안전보건 강화를 위해 한국노총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사항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한국노총에서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법과 정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했습니다.

노조 간부들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환경미화작업 안전지침을 제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특성화고 실습생 안전보건 실태조사와 산재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트라우마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산안법 개정 과정에서는 노동자의 안전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한국노총은 조직화된 노동자 뿐만 아니라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예비노동자를 대상으로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IT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조사 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노동자 모두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노조 비조직 및 예비 노동자 안전의식 제고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

Q. 안전에 대한 신념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전은 곧 ‘삶’이라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제가 한전에서 노동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안전은 늘 제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자 숙제였습니다. 잠깐의 부주의와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하는 순간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산업재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누구보다 애잔하고, 구슬픕니다.

삶은 곧 안전이고, 안전은 곧 삶입니다. 전국의 모든 노동자, 사업주 여러분들이 안전을 경시하지 않고, 생명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Q. 안전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실태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A.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산재발생률이 가장 높아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는 매일 5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자들의 안전은 외면당하고,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우리나라 안전실태에서 ‘안전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은 곧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안전의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가장 큰 방증입니다.

사망재해자 가운데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중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안전 불평등이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서 노ㆍ사ㆍ민ㆍ정 각계에서는 어떤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노ㆍ사ㆍ민ㆍ정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협력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입장차를 좁혀 나가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노동환경 변화가 급격한 상황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산업안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일방적 제도 강행이 아닌 상호존중의 마음가짐과 적극적인 대화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조금 세부적으로 말씀드리면, 노동자들은 스스로 안전의식 향상에 나서야 하고, 사업주들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안전보건분야 민간단체에서는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현장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Q.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현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노동시간이 단축됐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찾아왔습니다. 법적으로 아직까지는 대기업만 시행토록 하고 있으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카드를 내밀었고, 국회와 정부는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했습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국회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도록 둘 수 없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에 참여하여 건강권과 임금보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일단 합의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양상은 비슷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처방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임금ㆍ노동조건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사업주들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이상,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론적인 답변이 될 수 있으나 결국은 신뢰성 있는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계가 조금 양보하면 사용자들은 더 크게 양보하고, 정부는 노사보다 더 넓고 깊게 지원을 해나간다면 우리사회에도 ‘대화’의 문화가 정착되고, 각종 노동현안이 해결되는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Q. 노동운동의 비전은 무엇이며 올바른 발전방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통해 차별과 불평등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인정받는 노동존중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도 주요 목표 중에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우산 속에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합니다. 한국노총이 100만 조합원 시대를 넘어 200만 조합원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 여성 노동자의 고용 및 인권문제에 적극 나서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A.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여성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전반적으로 여성 노동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그 역할도 중요해졌지만 여성 노동자들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유리천장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각종 법,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현장 속에 확고히 뿌리 내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노동자 문제를 젠더 이슈로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누구의 아내이며, 누구의 엄마이고, 동시에 또 누구의 자녀’입니다. 또한 여성 노동자가 가장인 경우도 많습니다.

노동자의 성(性)이 여성일 뿐이지 가정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남성 노동자에 비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여성 노동자의 삶이 남성 노동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 노동자 문제를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 바라보고, 우리사회 모두가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Q. 올해로 월간 안전기술이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요즘과 같은 미디어 홍수 속에서 안전분야에 특정한 월간지가 20년 동안 지속, 발행됐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발행인을 비롯해 편집국 여러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힘찬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앞으로도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매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발행취지에 걸맞게 안전문화의 확산과 정착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산업재해의 표면적인 원인보다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고, 각계가 제시한 해결방안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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