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건조한 날씨 속 강풍 타고 하룻밤새 5개 시·군 태워
강원 산불, 건조한 날씨 속 강풍 타고 하룻밤새 5개 시·군 태워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4.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급 화재에 소방력 총동원…3일만에 완전 진화
고성·속초는 100% 진화에 13시간 소요
피해 발생한 5개 시·군 일원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지난 4일 고성·속초와 강릉·동해, 인제 등 강원 지역 5곳에서 대형 화재가 같은 날 발생하며 온 국민들의 가슴을 애태웠다. 첫 발화 시점부터 완진까지 소요된 시간은 나흘에 달했으며, 정부는 5일 해당 지역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11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1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재민은 1205명을 넘어섰다. 불에 탄 사유시설은 3590곳에 달하고, 1757㏊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진행될수록 피해 규모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중대본은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을 운영해 재산피해 규모를 정확히 조사하고, 구체적인 복구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 등은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성금을 전달하는 등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재난성 산불’ 중 역대 6번째 규모인 이번 산불이 발생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이번 화재 지역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곳은 고성·속초다. 행안부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현대오일뱅크 맞은편에서 변압기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났고, 이 불이 야산으로 옮겨 붙었다. 여기서 시작된 불똥은 건조경보 속 순간 최대 초속 30m의 역대급 강풍을 타고 고성과 속초 일대로 밤새 번져갔다. 삽시간에 화마가 마을을 덮치자 고성군청과 속초시청은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인근 대피소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

같은 날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도 오후 11시 50분께 큰불이 시작됐으며, 인제군 남면 남전리 야산에서는 오후 2시 50분께 산불이 발생했다.

강원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는 빠르게 인근 지역의 야산, 주택, 창고 등을 덮치며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이에 소방청은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전국의 가용 소방력 총동원 명령을 내렸으며, 산림청은 산불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전국에서 소방차 870여대, 산림청 산불 진화차 77대, 헬기 57대가 투입됐다. 동원된 소방 인력은 3300여 명이었으며, 공무원과 산림청 진화대, 소방인력과 군부대, 경찰, 국립공원 공단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1만 7000여명에 달했다.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로 번진 산불은 발생 다음날인 5일 오전 9시 37분을 기해 100% 진화에 성공했다. 고성지역의 불이 가장 먼저 진화된 이유는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어서 날이 밝자마자 주불 잡기에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총동원했기 때문이다. 이어 그 날 오후 3시를 기해 강릉·동해, 인제 지역의 주불도 진화됐으며, 6일 인제를 마지막으로 강원 지역 모든 산불의 완전 진화가 이루어졌다.

 

4월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소방대원과 진화대원들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4월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소방대원과 진화대원들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재민 1200여명, 피해시설 3500여곳 발생하며 큰 피해 남겨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1757㏊(축구장 2460배 규모)의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행정안전부 중대본은 임시주거시설이나 친인척 집 등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을 1205명으로, 주택과 창고, 축사, 관광세트장 등 피해 시설은 총 3590곳으로 파악했다.

소방청은 지난 7일부터 산불 ‘총력대응태세’에서 ‘복구지원체제’로 전환했다. 화재 잔해물 제거를 위해 소방차 200여 대를 동원해 살수를 지원하고, 임시주거시설 21곳과 수도가 파손된 주민에 생활용수 급수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 주민의 재난 후 스트레스 대응 상담과 심리회복을 위해 상담활동가 116명도 투입했다.

통신의 경우 지난 8일 오전 4시를 기준으로 기지국 646곳(100%), 인터넷 1332회선(99%)의 복구가 완료됐다. 그러나 사유시설의 경우 10일까지 아직 6.5%의 복구 진행률을 보였다.
이밖에 산불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해 모금된 기부금은 나흘새 148억원을 넘겼으며,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 인원은 총 4162명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강원 지역 산불 상황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국방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긴급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강원 지역 산불 상황과 관련해 행정안전부, 국방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긴급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靑, 능동적 자세 바탕으로 한 재난 대처 능력에 긍정적 평가
산불이 모두 진화된 이후, 청와대가 재난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전(全)부처가 속도감 있게 총력 대응해 큰 인재(人災)를 막았고, 사후 피해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5일 새벽 0시 20분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심야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 대응하라”고 전 부처에 지시를 내렸다. 

이후 오전 9시에는 정부가 산불이 발생한 강원 지역 5개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사태 선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법)’ 제36조에 의거해 선포한다. 재난사태가 선포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과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 유출사고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안부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40억 원과 재난 구호사업비 2억 5000만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인 6일에는 문 대통령이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됨에 따라 피해 지역에 대한 범정부적인 인적·물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복구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국가와 지자체는 이 지역의 피해시설 복구와 피해주민의 생계안정을 위한 보상금 또는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이재민 구호소에 긴급복지지원 상담소를 설치하고 대한약사회의 이동식 약국을 운영했다. 교육부는 강원지역 52개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198명의 국민이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소를 운영했으며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또한 공공기관 연수시설에 이재민들이 임시로 이주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통신·방송 비상대책상황실을 가동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도 비상대책상황실을 가동했다.


◇소방장비 및 대응제도 보완 필요성 제기
4월 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발견된 현(現) 재난 대응 체계의 미비점도 다수 지적됐다.

회의에서는 먼저 산불 화재 대응을 위해 헬기 등 장비 보강의 필요성이 제 기됐다. 인접 시·군 연계 대응을 위해 헬기 공동임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창일 의원(민주당)은 “다목적 소방헬기가 더 필요하다. 강원도는 특히 산림이 많아서 소방헬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완수 의원(한국당)도 “산불이 대형화되는데 인력으로 끄는 건 불가능하고 결국 헬기가 필요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대형산불에 대비한 장비 보강, 장비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여당 의원들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를 부각시켰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국회에 관련법이 계류 중이다. 특히 이번 화재 사고 이후 국민들도 해당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관련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산불 발생 후 5시간이 지나서야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방문했다며, 대응 3단계 격상 후 회의 주재가 늦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 시름에 잠겨 있다.
강원도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 시름에 잠겨 있다.

 

◇정부 부처, 철저한 조사 및 복구 계획 수립 추진 中
정부 각 부처는 현장조사 및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나섰다.

먼저 행정부 중대본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15개 기관 70여명으로 구성된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을 운영하며, 재산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구체적인 복구계획을 수립했다.

산림청은 강원도 및 산불피해 지역 시·군과 함께 10일부터 시작한 산림 피해 현장조사를 오는 19일까지 실시한다. 또 주택지와 도로변 등 생활권과 관광지에 대해서는 연내 긴급 복구 조림을 하고 항구 복구는 정밀 산림조사 후 자연환경과 산림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0년부터 연차적으로 복구 조림을 할 계획이라 밝혔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원 3개 지역에서 시작된 화재는 사람의 실수로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어 철저하게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고성·속초 산불의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면 정부가 나서서 배·보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고성·속초는 고성 토성면 원암리 주유소 맞은편 전신주 전선의 폭발, 강릉·동해는 산림 속 신당 주변 전기합선으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전신주 전선 등 부속물을 수거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5월께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