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원인 못 찾았지만 작업환경이 영향 미쳤을 것으로 판단
희귀암 발생 위험비는 추가적인 관찰 필요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들의 혈액암 발생 위험이 전체 근로자에 비해 1.55~1.92배 높다는 정부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지만,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안전보건공단이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2009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0년 동안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공단은 지난 2008년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뒤, 당시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충분한 관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개사 전·현직 근로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또 2008년도와 달리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일반국민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 대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도 비교했다.

그 결과, 반도체 여성 근로자는 일반국민 및 전체 근로자에 비해 혈액암(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 및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백혈병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19배, 전체 근로자 대비 1.5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2.3배였다.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근로자 대비 1.92배였으며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2.52배, 전체 근로자 대비 3.68배로 나타났다.

◇“반도체업 근로자의 작업환경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안전보건공단은 역학조사를 토대로 “반도체 제조업 근무가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사항을 종합할 때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공단은 그 근거로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혈액암의 발생 위험비가 높은 점 ▲클린룸 작업자인 오퍼레이터·엔지니어 등에서 혈액암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은 점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높았던 20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서 혈액암 발생 위험비가 높은 점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이상이 보고된 점 등을 꼽았다.

아울러 “위암, 유방암, 신장암 및 일부 희귀암도 발생 위험비가 높았는데 이는 반도체 근로자들이 일반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기 때문인지 검토해야 하고, 희귀암의 경우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부 악성흑색종, 고환암, 췌장암, 주침샘암, 뼈·관절암, 부신암, 비인두암 등은 사례수가 충분치 않아 직무에 의한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일부 암종(種)은 남성 장비엔지니어, 여성 오퍼레이터 등에서 발생 위험비가 높게 나타나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단은 역학조사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반도체 제조업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그에 따라 공단에서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서 자율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또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하여 협력업체 및 중소업체를 포함한 반도체 등 전자산업에 대해 직무별 화학물질 노출 모니터링 시스템 등 위험관리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박두용 공단 이사장은 “이번 반도체 역학조사 결과 발표가 국내 반도체 제조업의 암발생 위험을 관리하고, 능동적으로 예방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공단은 향후 업종별 위험군 역학조사를 활성화해 질병발생 전 위험을 감지하는 역학조사 본래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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