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 발표
옥내 설치 용량 제한, 정기·특별점검 강화
시설 임의변경 시 처벌규정 신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이 지난 11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 및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이 지난 11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 및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뉴시스)

 

지난 1년 9개월 동안 전국 23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조사결과, 제조결함과 통합관리시스템 부재, 배터리 충격 보호 미흡 등 크게 4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ESS 화재사고 사고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위원회를 구성한 지 반년 만이다.

ESS 화재사고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군에서 처음 발생한 후 경북, 전남, 경남, 충북, 충남, 경기,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총 23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학계, 연구소, 시험인증기관, 소방전문기관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사고 원인을 조사해 왔다. 조사위는 23개 사고를 유형화하고 배터리, PCS 제조, ESS 설계·설치·시공 상의 문제점, 사용·운전상의 전기적.환경적 요인 등을 면밀히 살펴봤다.

조사위는 조사결과 ▲배터리보호시스템결함 ▲전기적 충격 요인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및 설치 부주의 ▲ESS 통합관리체계 부재 등 4가지 요인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했다.

화재 원인별 대표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우선 지락·단락에 의한 과전류, 과전압 등의 전기 충격이 배터리 시스템에 유입될 때 이를 보호하는 랙 퓨즈가 단락전류를 빠르게 차단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절연 성능이 저하된 직류 접촉기가 폭발하면서 배터리 보호장치 내 버스바와 보호장치 외함에서도 2차 단락사고가 일어나 동시 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아울러 조사위는 ESS 운영 및 환경관리가 미흡했던 점도 지적했다. 특히 산지 및 해안가에 설치된 ESS의 경우 큰 일교차로 인해 배터리 모듈 내 결로의 생성과 건조가 반복(Dry Band)되면서 먼지가 눌러 붙어 셀과 모듈 외함 간 접지부분의 절연이 파괴됐다.

김정훈 조사위원장은 “전지는 분진이나 수분에 굉장히 약하며, 특히 결로가 유입되면 약해지고 자기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거나 임의로 시설을 뜯어고치면서 운영·관리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ESS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보호되지 못했던 점도 문제였다. EMS.PMS.BMS 등 제작주체가 다르다보니 사고를 예방하거나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매우 취약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 보관불량, 오결선 등 ESS 설치 부주의도 문제 요인으로 꼽혔다.
 

◇베터리 셀에서 제조 결함 확인
아울러 조사위는 다수의 사고가 동일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배터리 생산과정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셀 해체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부 셀에서 극판 접힘,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 결함이 확인됐다. 이에 극판 접힘과 절단 불량을 모사한 셀을 제작하여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 실시했지만 다행히도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의 단락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SS에 특화된 ‘화재안전기준’ 마련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화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안전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화재원인을 토대로 ESS 제조·설치·운영 단계별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소방기준을 신설하여 화재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ESS용 대용량 배터리 및 전력변환장치(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지정하고,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배터리 셀은 오는 8월부터 안전인증을 통해 생산 공정상의 셀 결함발생 등을 예방하고,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 확인 품목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KS 표준을 제정하고, 단체표준에 배터리시스템 보호장치 성능사항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설치장소별 안전기준도 마련했다. 옥내 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h로 제한토록 했는데, 이는 안전 규격 인증기관(UL)의 인증이 있을 경우 추가 설치가 가능하게 한 미국보다 엄격한 수준이다. 옥외에 설치할 경우에도 별도 전용 건물 내에 설치하도록 규정해 안전성을 높였다.

김정회 산업부 자원산업국장은 “국내에는 2016년 1월부터 설치 기준이 있었고, IEC 기준은 지난해 8월에 만들어졌다”면서 “기준 측면에서 부족했다는 지적엔 동의하기 어렵지만 사고가 발생했기에 기존의 안전관리기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차단장치, 과전압보호장치, 과전류보호장치 등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배터리 만충 후 추가 충전을 금지하고, 배터리실 온도·습도 및 분진 관리는 제조자가 권장하는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사고 시 원활한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배터리 상태(전압, 전류, 온도 등) 등 ESS 운전기록을 안전한 곳에 별도 보관토록 의무화 했다.

아울러 정기점검주기가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된다. 안전과 관련된 설비의 임의 개조·교체에 대한 특별점검을 수시로 실시하고, 미신고 공사에 대해서는 1000만원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을 내린다.

끝으로,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ESS를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ESS 화재에 특화된 표준작전절차(SOP) 제정하여 화재 시 조기 진압이 가능하도록 소방대응능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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