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서울 전역 철거공사장 대상 안전대책 마련”
건물 붕괴 전날 3층 천장 일부 무너져…책임자 묵인 여부 수사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제공: 뉴시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미지 제공: 뉴시스)

 

지난 4일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사고가 안전의식 부재와 미흡한 안전관리, 부실한 감리 등이 결합된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경찰 조사를 통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경찰과 소방당국, 서초구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한 합동 감식반은 철거 작업 중 가설 지지대 또는 지상 1~2층 기둥과 보가 손상돼 건물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현재 서울 전역 철거공사장 관리상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20분 전 메신저 통해 “건물 흔들린다” 대화
경찰은 사고 현장에 있던 인부들을 포함한 철거업계 관계자와 건축주, 구청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사고 전날 건물 일부가 이미 무너졌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이에 책임자들이 붕괴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철거 작업을 강행했는지 여부를 중점 수사하고 있다.

서초 경찰서에 따르면 건물 철거작업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사고 전날인 3일에 건물 3층 천장 일부가 붕괴된 정황을 파악하여 1층 지지대 설치 등 보강공사가 필요하다고 현장 책임자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내용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까지 보고됐는지 그리고 실제 보강공사가 이뤄졌는지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물 외벽이 무너지기 20여분 전 건축주와 철거업체 등 관련자들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붕괴 징후를 논의한 정황도 발견됐다. 이들은 “건물이 흔들린다” 등의 대화를 나눴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작업현장에 철거 현황을 감시해야 할 감리자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업체로부터 감리자를 상주시킨다는 조건이 담긴 내용의 심의서를 받았고 행정상으로는 안전 규정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수사에 지능범죄 전담요원을 투입했다. 여러 정황상 이번 사고를 단순 안전사고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조사범위를 전 방위로 확대해 근본적인 사고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취지다.

현재까지 경찰은 공사 관련자 등 13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중 건축주와 감리, 철거업체 관계자 등 7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며, 곧 구청 관계자에 대해서도 철거 관련 심의 및 감독 등이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반복되는 철거공사장 사고…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 여전
최근 잠원동 붕괴사고 등과 유사한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철거공사와 관련된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건축물 재난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철거공사장 사고건수는 2015년 4건, 2016년 5건, 2017년 5건, 2018년 3건, 2019년 1건 등 18건이다. 주요 사고유형은 철거하다 남은 폐자재 등을 빼내지 않고 그대로 올려놨다가 하중이 커져 붕괴되는 경우, 중장비(크레인, 굴삭기)를 철거 잔재물 위 불안정한 위치에 설치해 넘어지는 경우 등이었다.

이에 서울시가 2017년 1월 낙원동 사고 이후 건축조례를 개정해 사전 철거심의제와 상주감리제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막무가내식 철거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가 최근 발표한 ‘철거공사장 종합 안전관리계획 수립’에 따르면 대다수의 철거공사장이 철거심의에서 ‘구조 보강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고도 무시한 채 철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철거심의에도 실제 해체 전문가가 아닌 구조분야 위원이 참여하면서 전문적인 안전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아울러 이번 잠원동 붕괴사고와 마찬가지로 감리자가 철거공사 기간 중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건축법상 철거공사 시공사의 현장대리인 관련서류의 경우 제출의무가 없어 무자격자가 철거공사를 수행하고 있던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 2월 서울시 건축조례를 개정, 사전 철거심의제와 상주감리제를 도입한 바 있으며, 이번 사고 공사장은 관할구청의 사전 철거심의와 감리가 있었으나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철거심의제와 상주감리제의 운영 현황도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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