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안전학회 정재희 회장

3월 1일자로 (사)한국안전학회의 회장에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선임됐다.

학계는 정부와 산업현장의 중간 매개체로써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도출해내 정책적인 제안을 해나가고, 산업안전 전문가를 양성하면서 미래 산업안전분야의 발전을 도모해나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학계의 의지를 모아 (사)한국안전학회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정 신임회장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정재희 신임회장을 찾아가 (사)한국안전학회 회장으로서의 각오, 그리고 우리나라 안전분야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전인들의 위상 강화 위해 노력할 것"

Q. (사)한국안전학회의 회장으로써 포부 및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학회의 경우 기계안전, 전기안전, 화공안전 등을 포함해 10개의 부문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들 부문위원회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들 부문위원회를 활성화시키는데 가장 큰 목표를 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학회에서는 매년 1년에 2편씩 영문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술진흥재단에 등재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공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영문지의 학술진흥재단의 등재에도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입니다.

이외에도 학계의 입장으로서 산재예방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데도 노력할 것입니다. 산재예방의 예산 및 기금 문제, 안전관리자들의 위상 강화 문제 등에 대해 학계로서의 역할을 강화해나가겠습니다.

Q. 안전인들의 위상 강화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사회에서 안전인들의 위상과 역할이 현재 많이 침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보건통합관리제 등 안전관리자제도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안전인으로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국은 이 안전분야를 발전시켜 산재를 줄여나가는 핵심멤버들은 안전인들입니다. 정부가 산재감소를 위한다면 우선적으로 이들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업주들의 노력입니다. 근로자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고 건강해야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안전이라는 조직기능이 유지·강화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사회에 전달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안전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재해예방활동에 임할 수 있는 범사회적인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되길 기대해봅니다.

 

Q.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발전이 예상보다 더딥니다. 그 원인을 지적해주신다면?

국가의 정책과 제도가 성공하려면 그에 대한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해당 계획들이 차질없이 추진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인 저변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분야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다보니 안전문화의 확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사회 전체의 안전문화는 행정안전부에서, 사업장의 안전문화는 고용노동부에서 총괄하고 있습니다. 행안부 외에 고용노동부에서도 전체적인 안전문화를 위한 예산과 제도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산업재해도 줄어들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책과 활동이 활성화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안전분야의 가장 큰 현안은 관련 예산을 늘리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Q. 예산부분을 말씀해주셨는데, 이를 세부적으로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산 운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융자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1,000억을 융자지원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이 1,000억이라는 기금은 소진되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이 융자제도를 은행에서 담당하게 하고 정부에서는 보증문제 및 금리차액만 보전해주면, 이 금액의 대부분을 산재예방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이 예산을 가지고 재원에 취약한 중소 영세사업장의 설비구축, 교육, 기술지원, 홍보 등에 집중 투자를 하면 산재예방의 효과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예산을 보면 일반 회계부분이 매우 적습니다. 3% 이내로 되어 있는데, 정부가 과연 3%에 맞춰서 기금을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을 3% 이상으로 바꾸면 최소 3% 이상에 해당하는 예산이 확보되면서 산재예방의 재원조달 측면에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은 과거 노사정위원회에서도 합의됐었지만 아직까지 개선되고 있지 않은 사항입니다. 우리 안전학회는 국회의원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교통안전포럼과 연계해 관련법제도의 개선에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여기에 많은 기관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Q. 그밖에 안전문화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몇 가지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IMF이후 사업장의 안전관리 배치기준 등 많은 제도가 완화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추세를 보면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그동안 완화되었던 안전관리 부분을 복원시키는 것은 물론, 앞으로는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이 건설현장의 사고입니다. 건설현장의 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주자들의 안전관리를 크게 강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선진국 같은 경우는 발주자 측에서 슈퍼바이저들의 역할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Q. 산업현장의 안전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관리 활동을 평가관리체계와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전활동 자체에 대한 결과를 직무평가 및 업무평가에 반영하여 인사고과와 승진에 영향을 줄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합니다. 선진국 등을 봐도 업적 업무평가에 안전평가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성과관리시스템이 원활히 이뤄지고 사회적으로 캠페인 등 여러 가지 안전활동이 활성화된다면, 자연히 근로자들의 안전의식과 참여도가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전정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심일터 만들기 사업은 나름대로 정부가 공을 들여서 구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내용을 볼 때도 산재를 줄이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정책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각 기관의 역할과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최대한 지원해나가면서 타 부처 및 참여기관, 단체들의 협조를 잘 이끌어내고, 참여하고 있는 기관 및 단체 구성원들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노력해나야 합니다.

결국 이 제도의 성패는 정부와 민간파트의 협조체계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안전을 위해 정부 측에 제안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시다면?

기업 경영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데 정부가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1의 가치는 아니더라도 안전관리도 상당히 중요하고, 안전을 통해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해주는 것과 동시에 잘못된 부분, 즉 법을 위반하거나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철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규제가 자칫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거 환경과 교통 분야의 경우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고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사고가 많이 줄어든 이유는 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당한다는 인식이 심어졌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선진화되려면 안전이나 환경분야의 사회적 규제는 강화돼야 하고, 그 외 비사회적인 규제는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이러한 구분 속에 사회적 분야인 안전은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그에 맞게 법집행도 명확히 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기업들이 산재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습니다.

Q. 안전분야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책의 지속성과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산업안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산업안전보건청과 같은 독립조직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안전분야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주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장관과 조직이 많이 바뀌다보니 전문화가 떨어지고, 고용부분과 노사 문제와 함께 가다보면 산업안전분야가 주된 관심사항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일부에서 안전청이라는 독립청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안전을 총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안전분야의 업무가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모든 안전을 한 기관에서 아우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재예방에 관련된 청이라도 별도로 마련하여, 그 조직에서 전담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체계는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된 바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안전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한국안전학회의 계획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토론회 및 발표대회 등 안전문화 활성화를 위한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안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가 중요하니 만큼, 이에 대한 사업 및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서 학회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협조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공익광고 부분입니다. 안전문화는 결국 홍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익광고 등에 국민의 안전과 사업장의 안전에 대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조금씩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안전관련 단체는 물론 정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모두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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