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폭우로 높아진 수심에 참변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사고 현장에서 119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 (이미지 제공 : 뉴시스)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사고 현장에서 119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는 모습.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서울시 양천구에 소재한 빗물 펌프장 수몰 현장에서 실종됐던 근로자 2명이 소방당국의 밤샘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이번 참사로 숨진 근로자는 전날 사망한 K씨를 비롯해 총 3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실종됐던 근로자 A씨와 미얀마 국적의 근로자 B씨는 1일 오전 5시 42분과 5시 47분에 각각 수습됐다. 31일 오전 8시 24분께 근로자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수색에 나선지 21시간 여 만이다. 특히 A씨는 작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직접 작업장소로 향했다가 대피 전 출입통로가 막히면서 함께 고립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폭우로 수문 열리면서 6만t의 물 들이쳐
참사가 발생한 배수시설은 지하에서 총 길이 3.6㎞, 폭 10m의 터널구조로 이어져 있다. 총 3개인 유입수직구에 일정 수위 이상 빗물이 모이면 자동으로 수문이 개방돼 터널로 배수가 이뤄지는 구조다. 터널로 물이 들지 않을 때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다.

현장소장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근로자들이 점검에 투입될 때까지만 해도 현장에는 비가 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전 7시 30분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면서 폭우가 쏟아졌고, 상류 쪽에 위치한 저지수직구1과 고지수직구 수문이 열리면서 참사가 발생했다. 수문이 열리면서 6만t의 물이 저류소로 유입됐고, 근로자들은 순식간에 높아진 수심에 변을 당했다. 당시 각 수문은 하수관로 수위의 50%, 60%가 차면 수문이 열리도록 되어 있었다.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의 한 관계자는 “매뉴얼상 하수관로 수위의 70%가 돼야 하는데, 이번 여름에 비가 오지 않아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전담팀 구성…안전관리 위반 여부 중점 확인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할서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일 양천서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총 15명의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이들은 터널에 물이 빠지는 대로 합동감식에 나서는 한편 시공사와 협력업체 직원 등 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작업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공사 관련자 진술, 사고당시 CCTV 영상, 공사관계 서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합동감식 등을 토대로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