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규제와 사후규제(1)
사전규제와 사후규제(1)
  • 승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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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기계·설비에 기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일으킨 기계·설비를 운용하고 있던 기업은 대체로 “기계·설비가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일은 없었고, 다만 이를 취급하는 작업자가 충분한 주의를 하지 않은 탓에 안타깝게도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변명을 자주 하곤 한다. 한편 매스컴에서는 위험한 기계·설비에 대한 법규제가 없거나 지도·감독의 방치상태였던 것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낸다.

기계·설비 등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전적으로 사고예방을 위한 다양한 규격,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규정)하는 것만으로는 유효하지 않다. 기계·설비 등에 기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관련자들이 지고 있던 책임에 따라 사후적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도 사고의 방지로 연결된다. 형벌을 받거나 타인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므로, 엄중한 책임추궁은 각자가 골똘히 궁리하여 사고를 방지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게 하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2가지 접근방법은 사전규제 및 사후규제라고 불리고, 규제 일반에 대한 대표적인 2가지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라고 하면 대부분이 사전규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2가지 방법의 특징을 이해하고 목적·상황에 따라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사전규제란 정부가 기업이나 국민에 대하여 사전적으로 세세하게 규제를 하는 것이다. 규제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국회가 입법하지만, 구체적인 규제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입안하고 제정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행정이 입법, 사법에 대하여 사실상 우위에 서는 결과로 연결된다.

제정된 규제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이것이 준수되고 있으면 사전규제에 의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하여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면서 집행기관을 통해 그 준수가 강제되거나, 법망을 빠져나갈 수단을 찾아내는 자가 이익을 얻고 정직한 자가 손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규제를 받는 측에서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궁리를 하기보다는 규제당국의 말에 그저 따르는 것이 무난하다는 태도나 대응을 취하기 쉽다. 그 결과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자기목적화(自己目的化), 즉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되어 버리고, 도대체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를 잊어버리게 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여 희생자가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은 위반하지 않았다.”는 변명이 나오는 것도 그 폐해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한편, 사후규제란 사고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의 배상책임을 확실히 이행하게 하거나, 필요하면 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형벌,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발생한 사고와의 관계에서는 ‘사후’에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장래의 사고와의 관계에서는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책임을 지는 입장에 있는 자로 하여금 스스로 궁리하여 사고의 방지에 노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삼권분립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거나 형벌을 과하는 것의 시비를 판단하거나 하는 역할은 법원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사후규제의 강화에는 사법(司法)의 강화가 필요하다. 또 재판비용이 많이 들면 피해자가 억울하지만 단념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형벌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In dubio pro reo).”는 형사소송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이 작심하고 집요하게 다투면 무죄로 될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후규제의 효과가 기대한 만큼은 나지 않는 경우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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