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가족인가요
진정한 가족인가요
  • 승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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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ty Column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내가 쉬면 동료들이 그 일을 나누어 떠맡아야 하는데,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한 판에 어떻게 남에게 내 일을 떠넘기고 마음 편히 쉴 수 있겠습니까?”
정부가 바뀌고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으로 줄어들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정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불거진 우정집배원들의 과로사 문제를 보고 들으며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과로.
몸이 고달플 정도로 지나치게 일함. 또는 그로 말미암은 지나친 피로.


피로라는 말이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에게 있어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는 정상적인 수준의 업무라면, 필자가 아는 한, 일상적인 피로는 하룻밤의 숙면으로 대부분 해소된다. 옛말에 이르듯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계속되는 업무로 인해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그것이 질병이 되어 심신을 훼손하고 나아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은 ‘독’이고, 그렇게 점차 몸에 무리가 가는 정도의 업무수행으로 인한 피로 수준을 과로라 부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과로는 이미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원래 ‘과로사’라는 말은 의학적 용어가 아니다. 과로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개개인의 지병이 급속도로 악화하여 목숨을 잃는 것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1969년인가 일본에서 처음 보고되어 1980년대에 일본사회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사회적 용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과로사’는 이미 훨씬 전에도 있었던 듯하다. 마라톤이라는 육상종목이 있다. 기원전 450년 마라톤이라는 곳을 침공한 페르시아 군대를 격퇴한 아테나이(훗날 아테네)의 승전소식을, 그 당시 연락병으로 선발된 병사가 약 40km를 달려 가까스로 전한 후 사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끝까지 완수해 내고 숨을 거둔 것이 과로사 아니면 뭔가. 전시 중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덮어버리면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몸과 마음에 무리가 가도록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들이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으며, 그 중에 우정집배원들의 과로사는 지난 10년 간 190명을 넘을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과로사라는 공식적인 용어는 사용하고 있지 않으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과로와 관련이 있는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등을 주로 대상으로 그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과로사에 관련된 통계자료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지난 1988년부터 사회 일각에서 과로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 2014년 6월에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시행 중이다. 한해, 일본에서만 과로사로 인한 사망자 수가 3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자신의 직무에 대해서 무서우리만큼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일본인들이고 보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피해자 수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인간공학에서는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작업자 집단을 대상으로 객관적 작업부하(workload) 수준의 적정 여부를 판단한다. 이 기준은 육체적 작업부하와 정신적 작업부하의 종합적 판단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때 주의하여야 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적정한 수준의 작업부하라 하더라도, 다른 어떤 이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술 습득과 반복되는 경험에 따라 작업부하가 점차 가벼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과로사는 근로약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의 합의된 의견에 따라 판정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사정이 그러니, 해당 작업량을 수행해야 하는 적정 작업인원을 결정하는 데에도 작업생리학과 인간공학 전문가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그런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우정집배원들의 인력규모를 결정하였다는 소식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적지 않은 승강이 끝에 노사가 일단 합의는 했다고 하는데, 행정논리나 노사쟁의가 아니라 합리적 면밀한 직무분석이 시행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적정 인원이 배정되는 날은 우리 산업 현장에 언제 올는지.

게다가 문제의 우정집배원들은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인지 어떤 분들은 공무원이고 어떤 분들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산업재해보상법이 적용되고 어떤 분들은 공무원재해보상법이 적용된다고 한다. 또, 조직 한 부분에서는 이익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 그 쪽 이익을 집배원 증원에 돌려 쓸 수 없다고도 하고. 필자 같은 서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하고 어지러운 현실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직장동료를 단순히 생계를 같이 하는 ‘식구(食口)’가 아니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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