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얼마 전까지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자라니’가 지목됐었다. 이는 자전거와 고라니를 합친 말로, 도로에서 고라니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자전거 때문에 교통사고가 다발하는 것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그런데 이제 자라니는 옛말이라고 한다. 요즘 교통안전의 새로운 골칫거리는 ‘킥라니’다. 위협의 주체가 자전거에서 전동킥보드로 바뀌었다. 흔히 아이들이 타는 킥보드(일명 씽씽이) 정도를 떠올리며 ‘그게 무슨 위협거리가 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매우 큰 오산이다.

지난달 27일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이하 삼성교통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총 488건이었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상해를 당했다. 예상보다 심각한 인명피해 현황도 놀랍지만 더 큰 문제는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의 증가와 공유서비스의 확대에 따라 사고 역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49건에서 2017년 181건, 2018년 258건으로 3년간 5배로 늘어났다. 특히 올해의 경우 1∼5월에만 이미 123건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나 증가했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다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의 미흡한 안전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씽씽이를 언급했듯, 명백한 교통수단임에도 상당수 운전자들이 그 사용과 운행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교통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면, 사고 당시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87.4%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또 사고형태를 보면 인도를 주행하다가 이면도로 접속 구간이나 주차장 진출입로를 횡단할 때 발생한 사고와,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교차로에서 서행하지 않은 채 통행하다 발생한 충돌사고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즉,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마음대로 도로를 넘다들며 운행을 하는 운전자가 많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동킥보드는 장난감이 아니다. 자동차처럼 도로를 달리는 교통수단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원동기 면허증이나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으며 공원·인도·자전거 전용도로는 달릴 수 없고 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에 버금갈 정도의 경각심을 갖고 운행을 해야 한다.

아울러 운전 시에는 반드시 안전모 등 안전장치 및 보호장비를 갖춰야 한다. 교통안전전문가 등에 의하면 전동킥보드는 자동차와는 다르게 탑승자나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사항들이 전혀 없는 데다, 구조상 바퀴가 크고 이용자의 무게중심이 높기 때문에 급정거를 하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이용자가 큰 부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따라서 법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안전 때문이라도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전동킥보드는 이제 막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도입 초기니 만큼 법·제도가 완전하지 않고 운전자의 이용 형태도 무질서하다. 서둘러 올바른 운전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정부는 꾸준히 안전 운행을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전동킥보드를 비롯해 소형 전기스쿠터 등 새로운 개인 이동수단이 최근 계속해서 개발·출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장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따라 신속히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킥라니’라 불리며 보행자와 자동차, 자전거 운전자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다. 교통안전에 있어 고라니와 짝을 이룰 공포의 대상은 전동킥보드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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