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으로 보관된 대량의 위험물질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
5년간 순직·부상 소방관 2500여명,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의 전환 필요

이미지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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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간 업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하는 소방관이 2500여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또 한 명의 소방관이 화마와의 사투 중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후 1시 14분께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에 소재한 생활용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하 1층에 위치한 연료 탱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 화재로 이어졌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장비 72대와 인력 207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불길은 화재발생 12시간 만인 7일 오전 1시30분께 잡혔으나, 그 과정에서 안성소방서 양성지역대 소속 석원호(45) 지방소방장이 목숨을 잃었고, 안성소방서 양성지역대 이돈창(58) 지방소방위와 인근 공장 관계자 등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운명을 달리한 석 소방장은 화재가 발생한 지하 1층에 사람이 있을 것으로 판단, 추가적인 구조 작업을 위해 진입하다 예기치 못한 폭발에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가 발생한 이 건물은 연면적 3515.08㎡로, 지하 1층·지하2층 규모다. 지하 1층에 반도체 연마제 보관창고, 지상 1층에 박스 제조 공장, 지상 2층에 물건 보관·포장 업체 등 세 업체가 들어와 있으며, 사고 당시 건물 안에는 사람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창고 내 보관 불가능한 위험물질, 193배 많게 적재
이번 화재는 창고 내 불법적으로 보관된 대량의 위험물질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9일 화재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창고를 운영한 업체는 현행법상 물류창고에서 보관이 불가능한 위험물질을 보관 기준의 193배 많게 창고에 뒀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 진술을 통해 당시 지하 1층에 제5류 위험물인 ‘아조비스이소부티로니틀린’이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이 물질은 충격이나 마찰에 민감해 점화원이 없더라도 대기 온도가 40도 이상이면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폭발 우려가 높은 ‘자기반응성 물질’로 분류된다.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지정수량의 위험물을 보관하려면 위험물 특성에 맞는 별도 저장소를 마련하고, 담당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이를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애초 위험물을 보관할 수 없는 물류창고에 다른 업체의 위탁을 받아 5월부터 위험물을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변인은 “위험물이 보관돼 있던 지점을 중심으로 기둥, 보, 벽체 등이 붕괴된 것이 관찰됐고, 이 부근에 설치된 열센서 감지기가 최초 동작해 최초 발화지점이 지하 1층 위험물 보관지점으로 잠정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안전사회 구현 위해 소방관의 국가직화 필요”
이번 화재와 같이 소방관이 공무상 다치거나 순직하는 사고가 지속 발생하면서 이들의 안전 강화와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직화가 하루 빨리 진척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18년) 2509명의 소방관이 공무상 사상을 당했다. 이 가운데 위험직무순직자가 20명, 공상자는 2489명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388명(순직 7명·공상 381명) ▲2015년 414명(순직 2명·공상 412명) ▲2016년 512명(순직 2명·공상 510명) ▲2017년 460명(순직 2명·공상 458명) ▲2018년 735명(순직 7명·공상 728명)이었다. 한 해 평균 502명에 달하는 수치다.

지방직인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지역마다 제각각인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와 인력·장비 등의 격차가 해소되며, 국민 누구나 동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소방 국가직화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014년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뒤 진척이 없다가 지난 6월 24일에서야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안건조정위원회에 넘겨지면서 또다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국가직화는 소방관의 오랜 염원일 뿐 아니라 안전사회 구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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