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예방에 대한 누전차단기의 한계와 대책
화재 예방에 대한 누전차단기의 한계와 대책
  • 승인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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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ty Column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품질실 기술안전팀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품질실 기술안전팀 부장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處暑)’ 절기가 지나니 어김없이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깃들고 계절은 여지없이 변화하여 머지않아 찬바람과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이 도래할 것이다. 매년 전기가 발화원으로 작용한 대형 화재가 빈발하고 있고, 특히 전열기 사용이 많아지는 겨울철에 전기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전기가 발화원으로 작용한 대형화재가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 전기설비에서 통전 경로를 보호하는 절연(絶緣) 피복이 손상되어 합선(合線)이 발생하면 전선(電線) 전체가 발화원으로 작용하여 넓은 지역에서 동시에 발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전기 재해의 근원적 원인은 누전(漏電)이고, 누전은 정상적인 통전 경로를 벗어나서 흐르는 누설(漏洩) 전류이다. 달리는 열차가 레일에서 탈선하면 큰 재해가 일어나는 것처럼 통전 경로에서 탈선(脫線)한 전류는 감전, 화재, 설비고장 등의 재해를 유발한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누전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누전차단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304조).

누전차단기(漏電遮斷器)는 차단기에서 나가는 전류와 들어오는 전류를 실시간 비교하여 두 값의 차이가 발생하면 전류가 정상 회로에서 누설된 것으로 판단하여 전원을 차단하는 보호장치이다. 대부분의 전기 설비는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고, 물의 흐름과 비교하면 이러한 전기 에너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의 흐름으로 동력을 만들어내는 물레방아는 중력에 의한 물의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다.

물이 물레방아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양과 성분에는 변함이 없다. 전기에너지는 물레방아를 돌리는 물의 흐름과 유사한 형태를 띤다. 물의 위치에너지는 전기적인 위치에너지인 전위(電位)와 대응되고 물이 흐르면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는 전기회로를 흐르는 전류에서 발생하는 줄열(Joul Heat)이나 전자기력(電磁氣力)에 대응된다. 물레방아로 흘러내리는 수류(水流)의 양과 성분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전기회로의 전원 측 차단기를 통해서 나가고 들어오는 전류(電流)의 양은 항상 같다. 누전차단기가 전기회로의 누설전류를 차단하는 근본 원리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발생 방향이 달라지는 자기장(磁氣場)을 감지하는 것이다. 모든 전기회로의 전원 측 입출력 전류(電流)의 벡터합은 ‘0’이고, 입출력 전류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장의 벡터 합도 ‘0’이다. 그것은 모든 전기회로의 전원 측 차단기에서 나가는 전류와 돌아오는 전류의 양이 동일하고, 두 전류에 의해 생성되는 자기장 또한 정반대 방향으로 동일하게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누전차단기는 영상변류기(ZCT)라 부르는 일종의 자기장 감지센서 코일을 통해 전원 측 입출력 전류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측정한다. 회로의 입출력 전류의 양이 같으면 동일한 크기의 자기장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생성되므로 서로 상쇄되어 벡터합이 ‘0’가 되지만 두 전류의 크기가 달라지면 그 차이 값에 해당하는 잔류(殘留) 자기장이 발생하게 된다. 누전차단기는 이 잔류 자기장이 감지될 때 정상 전기회로를 이탈한 누전 전류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여 전원을 차단하는 동작을 수행한다. 누전 전류가 정상 전기회로를 벗어난 경로로 흐르면서 발생하는 감전이나 전기 스파크(Spark), 줄열에 의한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다.

많은 전기 재해의 원인이 누전이기 때문에 누전차단기의 사용을 법제화하여 강제하고 있지만 누전차단기를 통한 화재예방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누전 차단기가 차단하지 못하는 형태의 누전이 많고 그러한 형태의 누전으로 인해 대다수의 누전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누전차단기가 감지하지 못하는 누전은 전기회로의 전선간(電線間) 합선누전(合線漏電)이다. 복수의 전선에서 절연손상이 일어나 합선 형태로 발생하는 누전은 누전차단기의 동작원리상 감지하지 못한다. 이 형태의 누전은 정상 통전 회로로 누전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영상변류기에 잔류 자기장이 발생하지 않아 감지가 불가능한 것이다. 전기회로에 정격전류를 초과하는 과전류(過電流)가 흐를 때는 과전류 및 단락 보호장치인 ODP(Oil Dash Pot)가 동작하고, 회로 외부로 누설 전류가 발생했을 때는 영상변류기가 동작하여 차단 동작이 일어난다. 그렇지만 합선 형태의 누전 전류가 누전차단기의 정격전류 이하 값으로 흐를 때는 누전차단기는 무용지물이다. 이러한 합선 형태의 누전에 의한 스파크가 실제로 많은 전기 화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합선으로 고장 아크가 발생했을 때 전원을 차단해주는 아크차단기(AFCI: Arc Fault Circuit Interrupters)가 필요하다.

아크 차단기는 스위치의 On/Off 등과 같은 정상적인 조작에서 발생하는 아크에는 동작하지 않고 고장에 의한 합선 스파크를 감지하여 전원을 차단해주는 보호장치이다. 아크방전(Arc Discharge)은 현재 국내에서 상용하고 있는 220V 전기설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기회로에서 통전부의 일부가 녹으면서 강력한 열과 전기 불꽃을 발생하여 전기 화재의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아크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된 아크차단기는 고장 아크 발생 시 전원을 차단하여 전기화재를 예방한다.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아크차단기 사용을 법제화하여 주방, 침실, 거실 등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했고, 2018년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아크차단기를 사용하도록 규제를 확대했다. 미국방화협회(NFPA)에서는 이러한 조치로 미국 내 전체 전기화재가 약 65%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제조사에서 아크 차단기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 초기에는 아크 차단기의 최대 단점인 동작 신뢰성 문제로 적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오동작 방지 필터 기술로 충분한 동작 신뢰성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정상적인 아크나 전자파(電磁波) 등에서 발생하는 외부 노이즈(Noise)에 의해 동작하지 않고 사고 아크를 선별하여 동작하는 안정적인 동작특성을 가진 아크차단기가 생산되어 중요 설비에서 적용하고 있지만 소량생산에 따른 높은 가격과 홍보와 인식 부족 등으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날로 대형화 복잡화하는 건축물과 산업설비의 전기화재 예방을 위해 아크 차단기 일반화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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