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산업재해로 전도유망한 청년의 미래가 꺾이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달 16일 대구에 소재한 모 유원시설에서 아르바이트생 A씨가 놀이기구인 ‘허리케인’이라는 열차의 궤도에 다리가 끼어 무릎 10㎝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손상정도가 심해 결국 접합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의 나이 이제 22살, 한창 나이에 다리 한쪽을 잃게 된 것이다. 아니, 다리가 아닌 꿈과 미래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맞는 말일 것이다. 그동안 A가 꿈꿔왔던 미래에는 다리 한쪽이 없는 자신의 모습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대체 누가, 대체 무엇이 이 푸르디푸른 스물두 살 젊은이의 꿈을 앗아갔나. 우선은 A가 다닌 회사(유원시설)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청년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왔는데, 허술한 안전관리로 오히려 미래를 박살냈으니 그 죄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당장 엄중한 죗값을 치르라고 목청을 높이고 싶지만, 재해자에 대한 지원과 재발 방지까지가 회사의 책무이기에 일단은 그 역할의 충실한 이행부터 촉구하고자 한다. 사고 발생 직후 해당 유원시설은 대표이사 명의로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경영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안전관리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밝히고, 향후 개선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고칠 것을 약속했다. ▲대표이사 직속의 안전관리실 신설 ▲운영 총괄 책임자에 외부 전문가 영입 ▲법적 필수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교육 실시 ▲안전교육 이수 절차를 통과한 인원만 현장 배치 ▲외부 업체를 통한 놀이기구 안전점검 ▲3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시설 개선 ▲A씨에 대한 지원 등이 이번에 약속한 개선책이다.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약속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나, 사고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안전은 경영의 최우선 가치이고,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마지노선이다. 헌데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비용관리의 대상에 안전이 있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업체는 시설 개선에 30억원 이상의 예산 투입을 약속했다. 만약 평소에 안전관리에 꾸준히 신경을 썼다면 이 보다 적은 돈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고로 발생한 이미지 훼손에 대한 비용적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판단인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상황에 업체가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안전의 가치를 되새기고 약속한 대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뿐이다. 특히 재해자 A씨에 대한 지원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업체는 A씨가 원하는 치료와 재활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A씨의 취업 등 장래에 대해서도 가족과 의논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A씨와 그 가족만이 아닌 이 땅의 모든 청년과 맺은 약속임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이 흐른 후 희미해진 대중의 기억을 핑계 삼아 지원을 축소하거나 끊어서는 절대 안 된다. 

다음으로 정부의 잘못 또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할 구역 내 292곳의 유원시설이 있는데, 정기점검 결과 매년 수 십 건씩 지적사항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는 상반기 31개소에서 48건(기계결함, 피난안내도 미부착 등), 하반기에는 22개소에서 25건(설비결함, 보험 미가입 등)이 지적됐다. 올해도 상반기에 28개소에서 43건 등이 지적됐다.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반복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감독과 처벌이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서울시만 봐도 이 정도 인데, 범위를 전국으로 넓힌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유원시설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인지도 우려스럽다.

이번 대구 유원시설 사고를 계기로, 관계부처(문체부·노동부)와 지자체는 전국 ‘유원시설 354개소’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특별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만큼은 형식적인 점검이 아닌 안전관리가 허술한 곳은 문을 닫게 할 각오로 엄중히 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유원시설이 TV광고에서 말하듯 모험과 신비와 즐거움의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점검을 통해 알려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