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경우 고의가 필요한지가 문제될 수 있다. 범죄의 성립에는  '형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의 당연한 귀결로서 고의가 요구되고, 이 원리는 행정범의 성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판례도 “행정상의 단속을 주안으로 하는 법규라 하더라도 명문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법'의 원칙에 따라 고의가 있어야 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2.11, 2009도9807; 대법원 1986.7.22, 85도108). 따라서 행정범의 일종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성립에도 당연히 고의가 필요하다.

한편, '형법' 제14조는 과실행위도 벌한다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과실행위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법에 있어서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과실행위가 처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가이다. 오늘날의 통설 및 판례는 행정범에서 과실행위를 처벌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관련 행정형벌법규의 해석에 의하여 과실행위도 처벌할 뜻이 도출되는 경우에는 과실행위도 처벌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3.9.10, 92도1136).

요컨대,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이 예정되어 있는 규정의 경우에는, 과실행위도 벌한다는 특별규정이 있거나 해석상 과실행위도 처벌한다는 뜻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범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다.

판례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고의범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1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판 2007.3.29, 2006도8874)라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동 판례는 평소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의뢰를 받더라도 작업을 거절하던 연료탱크의 용접작업을 피고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공장장 A가 임의로 의뢰를 받은 다음, 폭발이나 화재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 용접작업을 실시하리라고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에 규정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바, 이는 사업주를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안전조치가 취하지 아니한 채 작업이 이루어진 것을 알거나 작업을 하게 하는 등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범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고의에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도 포함됨은 물론이다. 미필적 고의는 고의의 약화된 형태로서 조건적 고의라고도 하며, 확정적 고의와 달리 결과발생에 대한 매우 낮은 정도의 인식과 의욕만 있는 경우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에 관한 판례에서도 고의에 미필적 고의가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는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9.29, 2009도12515; 대판 2010.11.25, 2009도11906; 대판 2007.3.29, 2006도8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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