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 시책으로 원자력에너지를 대체할 태양열, 풍력, 수력 등의 대체에너지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설비의 도입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에 36.5GW의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목표 아래, 설치 보조금을 주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공장지대, 농촌, 산정상, 주택가, 아파트 밀집단지 등 장소와 위치를 가리지 않고 태양광 발전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설치하고 있다.

목적은 좋지만, 급히 추진하다보니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소방청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19년 8월 현재까지 전국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총 159건(2017년 45건, 2018년 80건, 2019년 34건)의 화재가 발생하여 7억900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증가폭도 우려스럽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2배 가까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소별로는 주택 등 주거공간이 69건으로 57%를 차지하였다. 발전시설 등의 산업시설도 32건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 이처럼 사고가 다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중 40건은 발화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한 화재예방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 상황을 인식, 서둘러 조치에 나서고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간의 태양광 발전설비 화재사고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화재원인은 배터리 보호시스템 결함, 수분·먼지 등 관리 미흡, 설치 시의 결선 등 부주의, 부품 간 통합관리 부재 등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가장 큰 위험요소는 배터리 보호시스템이다. 이것이 고장 나게 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참고로 태양광 발전설비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변환장치(PCS), 전력관리시스템(PMS), 배터리, 냉난방기, 소화설비, 수배전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에서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설비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가 잘 진화되지 않을뿐더러 유해가스 유출로 2차 사고의 위험도 상당하다. 실제 리튬이온 배터리 연소 시 발생하는 가스는 20~200mg/Wh의 불산을 함유하고 있다. 불산은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때 그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산업부의 태양광 발전설비 화재 원인 조사 발표 후 정부는 태양광 발전설비에 관한 화재안전기준을 제정하여 적용하는 등 안전강화 대책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태양광 발전설비의 법정 점검주기를 종전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한다. 또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되는 곳은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하여 화재발생 시 즉시 진압할 수 있도록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하도록 했다. 기존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장소는 화재안전기준을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방화벽 설치, 이격거리 확보 등의 조치를 한 후 재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제안한다. 

먼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화재안전기준의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한 화재안전기준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화재안전기준을 단기간에 만들기에는 시간적·물리적·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미국 등 선진국에 이미 제정돼 있는 화재안전기준을 벤치마킹하길 권한다. 다만 다른 나라와의 환경적 특성, 인간의 심리 등이 다를 수 있으므로 무조건 벤치마킹을 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검증하여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화재안전기준을 적용하되 소급하는 것이 맞다. 일부 반발이나 제약이 따르더라도 기존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장소가 너무 많으므로 반드시 소급적용해야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설비 전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다음으로, HVAC(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 시스템의 설치가 필요하다. 현행 화재안전기준의 방향은 자동소화설비만의 설치를 골자로 하는데, 미국방화협회(NFPA)에서는 태양광 발전설비에는 화재경보시스템, 자동소화설비, 배기시스템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연소 시 발생하는 불산 등의 독성가스를 안전하게 배출시키는 HVAC시스템의 설치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안전검증과 예방대책 없이 태양광 발전설비가 급격히 늘어나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확실하게 태양광 발전설비의 화재예방과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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