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배달 플랫폼 노동자 안전문제 도마 위
산재 트라우마·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자살에 대한 대책 주문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안전보건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그 산하기관에 대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지난 4일부터 21일까지 정부세종청사와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국정감사는 올해 정부가 안전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노동자 안전보건의 핵심 뼈대라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이에 환노위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간 안전 분야 정책이 추진됨에 있어 미흡하고 부족했던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개선·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논의된 안전보건 주요 이슈사항 등을 정리해 봤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 플랫폼 노동자 보호 시급
이번 국감에서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18~24세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45.8%는 배달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라며 “전체 산재 사망자는 줄고 있지만 배달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6~18년)간 배달 노동자가 입사한 지 보름 안에 사망한 사례는 26건 중 12건에 달했다. 또 이 가운데 3건은 입사 당일 배달 도중 사망했고, 3건은 입사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한 의원은 이처럼 배달 노동자 관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노동부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지난해 4월 만 16세의 김 군이 제주에서 배달 중 사망한 사고를 예로 들며 “김 군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무면허 임에도 불구하고 배달을 강요당했고, 결국 사고로 사망했지만 사업장 외 교통사고로 간주돼 중대재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에서 배달 산재 사고 관련해 중대재해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지시를 내린바 있지만 일선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게 한 의원의 지적이다.

한 의원은 “꼭 직무 규정에 명시를 해야만 조사를 하는 것인가? 지침으로 시달되는 것은 무시해도 되나”라며 “배달앱 증가 등 산업 변화에 부응하는 산업안전규칙과 감독 규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거세게 질타했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 현장이 바뀌는 데 적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며 “일선 기관 지도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과거 사망사고 현장과 가까워지면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등 배달 노동자 안전을 위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 추락재해 여전히 심각…“기획감독 대상 사업장 수 확대해야”
산재사고 사망자 절반 감축을 위해 정부가 꾸준한 지원과 점검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 추락재해는 여전히 빈발하고 있어 보다 강화된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설업 추락 재해자수는 2014년 7908명, 2015년 8259명, 2016년 8699명에서 2017년 8608명으로 감소하다가 다시 2018년에 9191명으로 증가했다”라며 “같은 시기 사망자수 역시 2014년 256명, 2015년 257명, 2016년 281명에서 2017년 276명으로 감소한 뒤 다시 2018년에는 290명으로 늘어 최근 5년간 기준으로 최다 사망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 의원은 “고용부의 ‘건설업 추락재해예방 기획감독’ 결과 1493곳의 점검 사업장 가운데 1136곳(76.1%)이 추락재해 관련해 법을 위반했다”라며 “이는 2017년 점검 때 법 위반 사업장 비율(71.1%) 보다 5%포인트 증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의원은 “건설현장에서 추락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특히 안전난간, 작업발판 설치 등 기본적인 조치만으로도 대부분의 추락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음에도 이를 등한시하여 추락 재해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서는 작업중지명령, 사법처리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송 의원은 “정부가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여 나가겠다고 목표를 설정한 만큼, 사고 발생 형태 분석 및 실태 파악과 더불어 건설업 추락재해예방 기획감독 대상 사업장 수를 늘려 우리 사회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노동력 손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환노위 “안전보건 사각지대 개선 방안 시급”

◇질식재해 예방 예산 턱없이 부족…작업장 현황 파악도 부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불리는 ‘질식재해’가 산업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과 관심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현희 의원(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총 107건으로 이 중 8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특히 올해에만 최소 12건의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 의원은 “이처럼 치명적인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질식재해 예방사업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질식재해 예방사업 예산이 4억여 원에 불과한 탓에 질식위험업종 실태조사 및 위험도 평가, 고위험 사업장 밀착기술지도, 질식재해예방 대여 장비(복합가스농도 측정기, 환기팬, 송기마스크) 구매 등을 할 수 있는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 의원의 설명이다.

전 의원은 “더 심각한 것은 현재 밀폐공간 작업장 및 노동자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라며 “전수조사에 가까운 작업장 실태점검과 관련 안전 예산확보를 비롯해 전문인력의 확대, 법과 제도의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3대 위험영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사업장의 밀폐공간 보유 여부를 파악했지만 한계가 있다”라며 “근본적인 시설개선에 중점을 두고 질식재해예방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PTSD,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자살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산재로 인한 트라우마,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자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피해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대책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먼저 문진국 의원(자유한국당)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산재 신청건수가 2015년 17건, 2016년 32건, 2017년 27건, 2018년 40건, 올해는 6월까지 21건으로 집계됐다”라며 “지난 2013년부터 산재보상보험법 대상에 직업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추가 됐지만 산재 신청건수는 여전히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 의원은 “이처럼 산재신청이 저조한 배경에는 노동자들이 이것이 산재로 인정되는 것을 모르거나, 정부가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홍보문제를 포함해 필요한 분들이 산재를 신청하고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해마다 근로자 정신질환 및 자살 산재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어 선제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은 “최근 5년간 966명이 정신질환 산재신청을 했고 이중 522명(54%)이 인정을 받았다. 또 같은 기간 336명이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해 176명(52.3%)이 산재로 인정되는 등 산재신청 건수와 인정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 의원은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을 경험했고,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로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신과 의사나 전문 상담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제도적 접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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