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걸어가기에는 좀 멀고 차를 타기엔 애매한 거리를 ‘공유 이동수단’을 통해 편히 이동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울시의 공유 자전거 서비스 ‘따릉이’가 있다. 따릉이 서비스란 서울시내 지하철 출입구, 버스정류장, 관공서, 은행 등 주요 기착점에 마련된 무인 따릉이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사용한 후 반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비용 지불은 따릉이 앱이나 PC에서 이용권 구매를 통해 이뤄진다.

필요할 때 언제든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적은 비용에 이용을 할 수 있다 보니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따릉이 대여 수는 하루 평균 2만9188건으로, 전년 동기(1만4925건) 대비 두 배가 넘는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따릉이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사고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후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의하면 최근 4년간 따릉이 사고는 총 81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 23건 ▲2017년 173건 ▲지난해 299건 ▲올해 8월까지 322건이 발생하는 등 매우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는 이용자 부주의가 73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이용자의 안전의식 수준은 낮고 사고는 나날이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서울시의 안전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자전거 안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안전모 보급 및 착용조차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    

개정 도로교통법의 시행으로 지난해 9월 28일부터 모든 자전거 운전자는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이에 서울시 역시 일부 기착점에서 안전모를 무상으로 대여해 주는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모 착용을 시도했다. 하지만 레져용이 아닌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생활형 교통수단에 불과하고 안전모 공용사용이 위생에 문제가 있다는 등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현재는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안전모 착용만을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다. 결국 ‘편리’에 ‘안전’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불편함에 대한 시민들의 호소도 일리가 있고, 관리의 어려움과 착용을 강제할 수 없는 시의 하소연도 이해한다. 하지만 정말 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각지의 따릉이 대여소에는 따릉이의 이용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표지판의 가장 위에 이용요금이, 그 밑에 이용방법이, 그 밑에 반납방법이 써져있고 안내표지판 가장 밑 ‘땅과 맞닿은 부분’에 따릉이 안전수칙이 표기되어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헬멧을 착용합니다”, “보행자 보호를 위해 과속하지 않습니다”,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합니다”, “2대 이상 나란히 차도를 통행하지 않습니다” 등이다. 좋은 내용이다. 허나 내용이 좋으면 뭐하나.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위치에 적혀 있는데 말이다. 이것이 따릉이 안전에 대한 서울시의 시각을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장 후순위.

안전모의 착용을 강제하기도 어렵고 안전수칙 준수를 강제하기도 어렵다면, 이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준수를 당부하는 안내라도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 그리하여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으면 한다. 이를테면 대여소 옆에 눈에 확 띄는 안전수칙 표지판 하나 더 세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서울시는 따릉이에 대한 큰 인기를 반영해 내년에는 대여소 600곳을 추가 설치하고 따릉이는 4만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곧 4만명이 안전모 없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게 될 것이란 예고나 다름없다. 이 상황을 계속해서 방치할 것인가? 서울시는 우리나라 ‘공유 이동’의 흐름을 이끄는 선두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디 그에 걸맞게 안전의 공유에도 앞장서 주길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공공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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