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관련 협상 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WTO 개도국 논의 대응 방향’을 논의해 의결했다.

그는 “미래 협상 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 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Forego)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Not Seek)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대외 위상을 고려한 결정이다. WTO 164개 회원국 중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회원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 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9곳에 불과하다. 홍 부총리는 “한국의 이런 경제적 위상을 볼 때 우리가 국제 사회에서 개도국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과 경제 규모·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브라질·대만 등 다수의 나라가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면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다만 “현재·미래 WTO 농업 협상 타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개도국 특혜를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미래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영향이 없으며 이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 협상이 타결돼야 (한국의) 개도국 특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그전까지는 국내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면서 “마무리 단계인 쌀 관세화 검증 협상 결과에도 영향이 없다. 개도국 특혜는 지위와 별개의 사안이므로 과거에 참여한 아시아·태평양 무역 협정(APTA) 등과도 관련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3대 정책 방향 아래 한국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쌀 등 국내 농업 민감 분야 최대한 보호 ▲국내 농업에 영향 발생 시 반드시 피해 보전 대책 마련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등이다.

홍 부총리는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나가겠다”면서 “공익형 직불제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농업소득보전법(농업 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과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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