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오는 12월 10일이면 고(故) 김용균 노동자가 산재로 숨을 거둔지 1년이 된다. 이 1년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처리가 지지부진하던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부 개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산재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국민 생명지키기 프로젝트가 본격화됐고,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정책이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시작과 중심에 ‘김용균’이 있었다.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가장 큰 업적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넘어 잘못된 원·하청 구조, 나아가 산업재해의 위험성을 전 국가적 이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안전의 확보를 위해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단지,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그가 죽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너무나 마음 아프고 슬플 뿐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그가 죽음과 맞바꿔 선물한 ‘안전의 가치’를 올곧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이 중차대한 과업의 선봉을 맡을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출범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구현을 모토로 내건 김용균재단은 이날 출범식에서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은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환경과 고용구조의 문제”라며 “재단을 통해 그 일의 중심에 서려고 한다”고 출범의 의미를 알렸다.

또 “환경과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의 내일은 없다”며 “그간 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노력한 많은 이들과 연대·협력해 그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김미숙씨(김용균 노동자 어머니)도 재단 운영에 대한 엄중한 각오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잊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우리의 행동이 이 사회의 밝은 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향후 김용균재단은 ▲위험의 외주화 근절투쟁 ▲산재사고 예방과 대응, 산재피해 지원활동 ▲비정규직 철폐 ▲청년노동자 권리보장사업 ▲차별없는 일터를 위한 연대 등의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다.

하나하나가 쉽게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재단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계획이자 과업들이다. 재단에는 우리의 힘,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고(故) 김용균 노동자가 불러온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이자 과정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 제대로 된 결과물은 사실상 없다. 어떤 결과를 손에 쥘지는 이제 우리에게 달렸다.

고(故) 김용균 노동자가 열어준 문을 통해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해야 할 사람, 산업재해를 예방할 사람,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줄 사람,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어 나갈 사람. 이 모든 일을 행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 일들의 주체는 누구인가? 답은 정해져 있다. 결국 ‘우리’이고 ‘나’다.

재단이 험준한 길을 무관심 속에 외롭고 고단하게 걷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희망한다. 재단은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꿈이라 했다. 보라. 그들의 꿈이 결국 우리의 꿈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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