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견폐일(蜀犬吠日)과 안전
촉견폐일(蜀犬吠日)과 안전
  • 승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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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ty Column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품질실 기술안전팀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품질실 기술안전팀

 

촉견폐일(나라 이름 촉, 개 견, 짖을 폐, 해 일) : 촉나라 개는 해를 보고 짖는다!

양자강 상류에 있던 촉(蜀) 나라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에 운무(雲霧)가 많아 해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개들이 해가 보이면 놀라서 짖었다’는 일화에서 만들어진 고사성어로 견문(見聞)이 부족한 사람의 ‘편협한 아집(我執)과 주관 없이 휩쓸리는 부화뇌동(附和雷同)’을 모두 조롱하는 말이다. 테무진 칭기즈칸은 몽골의 작은 부족에서 부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족 간의 약탈 전쟁이 끊임없이 계속되면서 아버지를 잃은 테무진은 몽골 전체를 통일하여 하나의 제국으로 만들어 부족 간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뜻을 세웠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난관을 넘어 뜻을 이룬 칭기즈칸은 몽골의 대 칸이 되었지만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식견의 한계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불안정한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의 칼끝을 외부로 돌려 정복전쟁을 계속하던 칭기즈칸은 역사상 가장 잔인한 군대를 양성했다. 몽골군은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나라는 그 나라의 모든 생명을 몰살시키는 도성(屠城) 전술을 썼다. 그것은 대항하면 모두 죽는다는 두려움을 줘서 상대의 항복을 유도하려는 전략이었고, 더 깊은 차원에서는 잠재적인 적에 대한 깊은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었다. 1218년 칭기즈칸이 유럽 정벌을 시작했을 때 유럽의 패권국이던 호레즘(Khorezm) 제국의 ‘무함마드 샤’ 황제는 편협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었고, 황제의 장자였던 ‘잘랄 웃 딘’은 타고난 전략가였다. 유목민 출신의 기병으로 지상전에서는 천하무적의 강군이었지만 수전(水戰)에는 취약했던 몽골군의 약점을 정확하게 간파한 ‘잘랄 웃 딘’은 몽골군이 도강(渡江) 할 때 총공격해서 섬멸하려는 전술을 세웠다. 그렇지만 아집과 오만에 빠져있던 샤 황제는 아들의 통찰을 이해하지 못하고 충심(忠心)을 의심하여 강을 건너는 몽골군을 공격하지 않고 육지에 병력을 분산 배치하여 싸우는 최악의 방법을 선택했다. 그 결과 호레즘 제국의 도시들은 몽골군에게 차례로 함락되어 수백만 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했다. 자신의 식견을 뛰어넘는 아들의 통찰을 무시한 황제의 촉견폐일(蜀犬吠日)로 인해 호레즘 제국이 멸망한 것이다. 몽골의 기병은 중국과 유럽, 러시아, 아시아를 바람처럼 휩쓸었고 그 과정에서 4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것은 그 무렵 4억 명에 불과했던 전체 인류의 10%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1차 대전에서 1천만 명, 2차 대전에서 6천만 명이 사망했다. 6.25 전쟁에서 4백만, 베트남전에서 3백5십만 명이 사망했으니 인류사에서 매번 전쟁을 통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그렇지만 현대식 대량 살상 무기가 없던 창과 칼의 시대에 무려 4천만 명을 살해한 몽골군은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군대였다. 천지를 뒤덮는 용맹을 가졌지만 제국을 경영할 경륜이 없었던 몽골이 역사상 가장 방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물을 기용하는 정책이었다. 칭기즈칸은 체계적인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해 식견이 부족했지만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배우려는 태도를 취했기에 촉견폐일의 어리석음에 빠져들지 않았다.

‘배운 것이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칭기즈칸)’

정복한 나라의 인재를 몽골인과 차별 없이 중용하면서 야율초재(耶律楚材)라는 인물이 기용되었다.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의 절대적인 신임으로 몽골제국의 재상이 되었고 칭기즈칸부터 몽골의 4대 황제까지 보필하면서 몽골제국의 기반을 다졌다. 몽골군이 금나라의 수도 개봉 성을 함락시킨 후 도성(屠城) 전략에 따라 몽골에 대항한 개봉 성의 150만 백성과 성안의 모든 생명을 참살하려던 순간 야율초재가 황제에게 간곡하게 청했다.

“힘겨운 전쟁을 치르는 이유는 영토와 백성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아무리 넓은 땅을 얻어도 백성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영토나 재물보다 그것을 만들어내고 쓰는 사람이 더 소중합니다.” 야율초재의 간언으로 개봉의 150만 백성과 함께 금나라의 선진 문명이 온전하게 몽골에 흡수되었다. 야율초재의 탁월한 식견과 칭기즈칸의 교육열이 만든 황제의 요람에서 체계적인 리더십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몽골의 5대 황제 쿠빌라이 칸은 정통 중화문명의 종주국이었던 남송(南宋)을 정벌하면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을 했다. 몽골군은 남송의 관문인 양양과 번성 둘레에 100km가 넘는 수로를 파고 성을 포위한 채 장장 7년을 기다렸다. 고립된 성에 기근이 들자 군량미를 넣어주고, 몽골에 투항하는 사람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면서 그 들 중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은 중용했다. 결국 두 도시는 자연스럽게 몽골에 흡수되었고 그것은 싸움과 파괴 없이 모두를 살린 기묘한 전쟁이었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남송 전체로 퍼져나가 남송의 도시들이 연쇄적으로 몽골군에 투항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졌지만 공격하지 않고 기다린 7년은 남송의 백성은 물론 문화까지 온전하게 몽골로 흡수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남송의 선진문화를 바탕으로 쿠빌라이 칸은 원(元)을 건국하여 원태조가 되었고 그 후 원제국은 360년 동안 번성했다. 유목민 몽골에 제국의 시스템을 구현했던 야율초재가 남긴 말이다.


흥일이불약제일해(興一利不若除一害):하나의 이익을 얻음은 하나의 해로움을 제거함만 못하고.
생일사불약멸일사(生一事不若滅一事):하나의 일을 더함은 하나의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다


야율초재의 메시지를 현대의 안전 분야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의미가 된다.


흥일이불약제일해(興一利不若除一害) : 눈 앞의 이윤보다 위험의 제거가 우선이고.
생일사불약멸일사(生一事不若滅一事) : 방만한 통제보다 분별 있는 통제가 우선이다.


안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대를 관통하여 전해지는 통찰의 메시지이다.

야율초재가 살린 개봉의 백성들처럼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인간이다. 기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의 추구이고,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여 모두가 잘살게 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을 잃으면 공정(납품기한)을 잃고 공정을 놓치면 품질을 잃고 결국에는 이윤까지 잃게 되니 안전을 잃으면 모든 것을 놓치게 된다. 모든 가치는 위험을 제거하는 안전을 통해 구현된다. 또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보여주기, 책임 회피용의 방만(放漫)하고 무용(無用)한 통제는 과도한 경직으로 또 다른 위험을 양산할 수 있으니, 위험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위험의 핵심 원인을 제거하는 분별 있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눈 앞의 이윤보다 위험의 제거가 우선이고, 차고 넘치는 통제보다 최적의 통제가 우선이다.’

어떤 분야이든 자신의 식견(識見)을 뛰어넘는 혁신(革新)을 두려워하는 촉견폐일(蜀犬吠日)의 아집(我執)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도약(跳躍)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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