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2019년 주요 산업재해 및 안전사고

새로운 희망과 기대 속에 시작된 기해년(己亥年)이지만 여전히 부실한 안전관리, 미흡한 안전의식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특히 올해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국민들을 수일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다. 올해 발생한 대부분의 사건ㆍ사고들은 매년 그랬듯이 기본을 지키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예방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매년 반복되는 안전사고, 이 악의 순환 고리가 끊어지길 염원하며 2019년도의 주요 사고와 재해를 정리해봤다.

1월 14일 발생한 천안 호텔 화재 (이미지 제공: 뉴시스)
1월 14일 발생한 천안 호텔 화재 (이미지 제공: 뉴시스)

1. ‘사상자 20명’ 천안 호텔 화재, 원인은 ‘합선’
지난해 대형 화재로 큰 아픔을 겪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새해부터 화재가 발생하며 간담을 서늘케 했다. 1월 14일 오후 4시 56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소재한 R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호텔 직원 한 명이 숨지고 투숙객과 직원 등 15명(남성 5명 여성 10명)이 중ㆍ경상을 입었다. 화재진압에 참여했던 구급대원 4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화재발생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장비 64대와 인원 230명을 긴급 투입해 화재 진화작업에 나섰다. 화재는 4시간 만인 오후 8시 46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원인으로 지하 1층 주차장에 불법으로 설치된 침구류 보관실 벽면 콘센트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절연파괴(합선)’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고 당시 논란이 됐던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는 사망한 호텔 직원이 오작동으로 인식해 밸브를 수동으로 전환,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통해 이미 뼈아픈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불감증은 남아있었던 셈이다.

 


 

4월 4일 발생한 강원도 화재(이미지 제공: 뉴시스)
4월 4일 발생한 강원도 화재(이미지 제공: 뉴시스)

2. 강원 火魔 ‘여의도 6배 면적’ 잿더미
4월 4일 고성ㆍ속초와 강릉ㆍ동해, 인제 등 강원 지역 5곳에서 대형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재난성 산불’ 중 역대 6번째 규모로, 첫 발화 시점부터 완진까지 소요된 시간은 나흘에 달했다.
이 화재로 1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재민은 1205명을 넘어섰다. 강원도 주요 시ㆍ군의 산야와 민가 상당부분이 잿더미가 됐으며, 그 피해 면적만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1757ha에 달했다.
화재는 전신주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발생한 불꽃이 야산에 옮겨 붙으며 발생했다. 이때 발생한 화재는 건조경보 속 순간 최대 초속 30m의 역대급 강풍을 타고 고성과 속초 일대로 밤새 번져갔다.
다행히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을 비롯한 전(全)부처가 속도감 있게 총력 대응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정부가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피해복구에 나선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산불 피해 사업장 재가동 시 추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 지도에 나섰으며, 고용ㆍ산재보험료에 대한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체납처분을 유예했다.
하지만 산림이 많은 강원도 특성상, 대형 산불에 대비해 헬기 등 장비 보강이 시급하며, 인접 시ㆍ군 연계 대응을 위해 헬기 공동임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5월 23일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 (이미지 제공: 뉴시스)
5월 23일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 (이미지 제공: 뉴시스)

3.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 설계부터 제조ㆍ관리까지 총체적 부실
5월 23일 오후 6시22분께 강원 강릉시 대전동 과학산업단지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수소탱크 3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인해 2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수소 탱크 폭발음은 6㎞ 떨어진 강릉 시내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다. 폭발 충격으로 3층(5447㎡) 규모의 강릉벤처공장의 외벽과 내부는 붕괴가 우려될 정도로 심하게 부서졌다. 경찰은 사고 원인에 대해 수소탱크 및 버퍼탱크 내부에 산소가 폭발 범위(6% 이상)의 혼합 농도 이상으로 유입된 상태에서 정전기 불꽃 등이 발생해 화학적 폭발이 일어난 것이라 밝혔다.
또 ‘IoT 기반 전원독립형 연료전지-태양광-풍력 하이브리드 발전 기술 개발’에 참여한 9개 컨소시엄 기관ㆍ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수전해 시설의 설계와 제조, 관리 부분에서 과실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태양광에서 얻은 수소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걸러내는 안전장치의 이상여부를 살폈으나 안전장치 자체가 없었다. 안전장치는 수전해 시설 설계도면에서부터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가동 시 지켜야할 점검 사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7월 4일 발생한 잠원동 철거공사장 붕괴사고 (이미지 제공: 뉴시스)
7월 4일 발생한 잠원동 철거공사장 붕괴사고 (이미지 제공: 뉴시스)

4. 잠원동 철거공사 중 붕괴,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人災
7월 4일 오후 2시 23분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건물 외벽이 철거 중 무너졌다. 외벽이 도로 방향으로 쓰러지면서 신호 대기 중인 차량 4대를 덮쳤고, 이로 인해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숨지고 예비신랑 등 3명이 중ㆍ경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결과, 서울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사고는 안전의식 부재와 미흡한 안전관리, 부실한 감리 등이 결합된 총체적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먼저 붕괴 건물에는 각 층마다 10개씩, 총 60개의 지지대가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공기단축, 비용 등의 문제로 27개의 지지대만 설치됐다. 붕괴 조짐이 나타나자 철거업체가 지지대 20개를 추가로 설치했으나 붕괴를 막지 못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철거업체는 건물 상층부부터 철거한 후 아래층을 철거해야 했음에도 건물 하층부부터 철거했다. 또한 철거에 돌입한 이후 단 한 번도 폐기물을 반출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안전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 사고는 서울시가 건축물 철거공사장 심의ㆍ허가부터 공사ㆍ감리까지 전 단계에 걸쳐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철거공사장 안전사고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설계ㆍ심의 단계에서는 철거업체 주도로 작성하던 해체계획서를 전문기술자가 직접 설계한 후 서명토록 책임을 강화하고, 허가단계에서는 해체공사 계약서와 감리계약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공사 단계에서는 공사현장에 중복으로 배치했던 현장대리인을 한 곳에 상주하도록 의무화하고, 철거심의 전 공사장을 대상으로 전문가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7월 31일 발생한 목동 빗물 펌프장 수몰사고 (이미지 제공: 뉴시스)
7월 31일 발생한 목동 빗물 펌프장 수몰사고 (이미지 제공: 뉴시스)

5. 목동 빗물 펌프장 참사, 강우 속 통신망ㆍ대피 공간 없이 작업 강행
7월 31일 근로자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서울 양천구 빗물펌프장 수몰사고는 안전불감증과 미흡한 안전의식이 불러온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서울시와 양천구청, 시공사와 협력업체, 그리고 감리단이 저마다 수행해야 할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강우예보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들이 기상상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작업자들을 터널로 투입시킨 것이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수문이 열리면서 터널 안으로 6만톤의 물이 유입됐고, 터널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2명이 물살에 휩쓸려 숨졌기 때문이다. 해당 저류시설은 유입수직구에 일정 수위 이상의 빗물이 모이면 수문이 개방돼 터널로 배수가 이뤄지는 구조다. 사고 당시 감리자들은 기상상황을 아예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터널 안 작업자들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는 무선중계기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2013년 노량진 수몰사고 이후 지하터널 등 특수 공간에는 재난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시공사는 시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무선중계기를 철거했다. 이는 곧 또 한명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근로자 A씨가 작업 중인 동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직접 작업장소로 향했다가 함께 고립돼 숨진 것이다. 경찰은 공무원들도 안전관리 책임을 다 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우선 서울시는 발주처로 현장 총괄관리를 맡고 있음에도 지도점검, 감리 등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양천구청은 운영 주체로서 수문 자동개폐 설정 등 안전관리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천구청 공무원들은 수문 통제시설 제어실에 상주하지 않고 통상 근무시간인 9시 이후에 출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8월 14일 발생한 강원 아파트 신축공사장 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이미지 제공: 뉴시스)
8월 14일 발생한 강원 아파트 신축공사장 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이미지 제공: 뉴시스)

6. 강원 아파트공사장 건설용 승강기 추락, ‘해체 작업순서 미준수’가 원인
8월 14일 오전 8시 28분께 오전 강원 속초시 조양동에 소재한 31층 규모의 모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설용 리프트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프트에 탑승해있던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은 승강기 추락에 따른 파편에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작업자들이 승강기 해체 작업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 마스트와 승강기 지지 구조물을 사전에 해체하면서 발생했다. 결국 리프트는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했다. 안전불감증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8월 16일 발생한 대구 놀이공원 안전사고(이미지 제공: 뉴시스)
8월 16일 발생한 대구 놀이공원 안전사고(이미지 제공: 뉴시스)

7. 이월드 안전사고…안전교육 및 시설 ‘전무’
8월 16일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의 이월드에서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던 20대 청년이 놀이기구 ‘허리케인’에 끼여 10m가량 이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그는 오른쪽 다리 무릎 10㎝ 아랫부분이 절단되는 참변을 당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이월드 측이 피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정기적인 안전교육과 매뉴얼 숙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고, 안전운행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에 대한 관리ㆍ감독 또한 소홀했다”고 사고의 원인을 밝혔다. 국과수 감식 결과, 비상정지 기능을 비롯한 기계적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월드 측은 피해 직원과 가족들에 대한 사과와 후속 대책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 안전관리기관과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등 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대책을 수립해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관계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는 지자체와 함께 이월드뿐 아니라 전국 유원시설 354개소를 대상으로 엄정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아울러 동종ㆍ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안전관리 교육 신설 ▲안전관리자 교육 격월 확대 ▲신규 안전관리자 배치 전 안전교육 이수 의무화 등 제도적 개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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