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땅, 땅, 땅.”

지난 10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타봉 소리가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지자, 방청석에서 울음 섞인 탄식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낸 것이다.
이날 국회는 어린이생명안전법 5개 가운데 이른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국회를 치하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법안 통과로 향후 어린이교통안전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만6789개(10월 기준) 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된다. 특히 각 지자체장은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 및 안전표지 등을 스쿨존에 최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스쿨존 사고에 대한 처벌도 한층 엄해진다. 스쿨존에서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며, 음주운전 등 12대 중과실을 저지른 자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게 된다.
하준이법에 따라, 주차에 대한 안전의무도 강화된다. 대표적으로 운전자는 주차 시 차량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을 설치해야 하고, 주차장 관리 주체는 주의 및 안내 표지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같은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에 따라, 앞으로 어린 생명은 물론 수많은 이들의 목숨까지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 단초가 어린 생명의 희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여전히 안타깝고 서글플 뿐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할 일은 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희망의 씨앗을 잘 키워내는 것이다. 

민식군의 아버지 역시 이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법안 통과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식군 아버지는 “여기까지 힘들게 왔다”며 “앞으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절한 민식군 아버지의 바람이 앞으로 꼭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현 상황에서 갑자기 낙관적인 미래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전히 넘어야할 산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일단 안전사고 시 응급처치를 의무화한 ‘해인이법’,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태호.유찬이법’, 어린이 통학버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한음이법’ 등이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다. 게다가 이번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의 실효성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도 상당하다.

물론 지금 당장 쉽게 풀어 나가기 어려운 사안임에 틀림없다. 다시 여론을 형성해 법안 추진에 대한 동력을 형성하고, 통과한 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의식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등 하나하나가 모두 난제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고,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이자 유일한 자원인 어린이들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키우는 일, 즉 교육을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칭했다. 교육은 국가와 사회 발전의 초석(礎石)이기에, 100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헌데 이 교육조차 어린이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그저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어린 생명의 목숨도 못 지켜주는 나라가 무슨 교육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는 안전을 포함한, 아니 안전을 전제로 한 교육이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교육열이 아닌 안전열이 정부와 사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가득해지길 바란다. 그게 이 땅의 어른들에게 민식이와 하준이, 해인이, 태호.유찬이, 한음이가 바라는 가장 큰 바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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