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발주자) 의무와 책임의 빈약
도급인(발주자) 의무와 책임의 빈약
  • 승인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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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오는 1월 16일이면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본격 시행된다. 전부개정법 중 많은 사람들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도급관계규정이다. 정부에서 전부개정법이 도급인(발주자)에 대한 의무를 대폭 강화하였다고 많은 홍보를 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은 사항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하에서는 기업이 전부개정법만을 믿다가 도급안전관리에서 공백을 발생시키는 일이 없도록, 즉 법상의 도급안전관리의 공백을 자율규제로 충실히 메울 수 있도록 전부개정법의 도급규제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부족한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도급인에서 건설공사 발주자를 제외하면서 건설공사 발주자에게 적정 비용과 공기 보장, 적격 수급인 심사·선정에 대한 구체적 의무 등과 같은 핵심적 내용은 규정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적용대상을 총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공사로 한정하고 있고, 적용대상에 대한 의무내용도 서류 작성과 확인이 중심적인 내용이며, 게다가 기존의 다른 법조항으로 실시해 오던 사항들이 대부분이어서, 건설공사 발주자에 대한 의무내용이 빈약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청업체(수급인), 특히 중소하청업체가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한 ‘여건 조성’에 해당하는 내용은 반영된 사항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리고 전부개정법령에서는 파견법과의 관계를 잘못 이해한 나머지 도급인의 의무 중 수급인 또는 그의 근로자에 대해 지도·감독하는 내용에 해당하는 부분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과 충돌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삭제하거나 완화시켰다. 이론적으로 볼 때,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은 법정사항인 만큼 파견법과의 관계에서 특별규정에 해당하고(서울행정법원 2006.5.16. 선고 2005구합11951 판결 참조)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내용이 불법파견에 대한 행정부와 법원의 판단기준의 내용에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도급인이 수급인 또는 그의 근로자에 대해 지도·감독하는 내용이 법정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이는 불법파견의 지표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전부개정법은 이 점을 간과하고 도급인의 의무를 대폭적으로 후퇴시켰다.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에서 수급인 및 그 근로자에 대한 법위반의 시정조치의무를 임의규정으로 변경하고, 시정조치 대상에서 근로자는 아예 삭제하였다(법 제66조). 그리고 도급인의 의무에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시켰고(법 제63조 단서), 안전보건교육의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지원의무만 남기고 지도의무는 삭제하였다(법 제64조 제1항). 이는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을 강제규정에서 삭제하거나 임의규정으로 완화시킨 것으로, 수급인 근로자의 재해예방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이와 같이 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도급인이 할 수 있는 ‘권한’은 대폭 축소하면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법 제63조) 위반으로 수급인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도급인에 대해 사망근로자와 근로관계에 있는 수급인과 동일한 수준의 형벌을 규정한 것(법 제167조)은 당벌성을 넘어 서는 형벌로서 헌법상의 원칙인 책임주의 위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수급인 근로자의 산재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총괄관리 의무의 경우, 미 지정에 대해서만 제재규정을 두고 있고 정작 중요한 직무수행 위반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시행령 별표 24 과태료의 부과기준). 즉, 사업주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안전보건관계자의 경우와는 달리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벌칙체계하에서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제도가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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