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오해와 편견’ - 고혈압이 가면을 썼다고?

박하욱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
박하욱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

 

고혈압 환자들은 크게 ‘혈압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진성고혈압’, ‘완전히 조절되는 정상혈압’, ‘진료실에서 조절되는 가면고혈압’, ‘진료실에서 조절되지 않는 백의고혈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정이나 직장 등의 일상생활 속에서 혈압을 측정하면 높은 고혈압 수치를 나타내는데 병원이나 진료실에서 측정하면 이상하게 정상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를 고혈압이 가면 뒤에 숨어 있다고 해서 ‘가면고혈압’이라고 말한다.

특히, 가면고혈압은 겉으로는 정상혈압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진료실 밖에서는 여전히 높은 혈압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같은 환자들은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에 심장비대나 미세알부민뇨, 경동맥 두께의 증가 등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가면고혈압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가면고혈압은 비만이나 흡연자, 가정 또는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외부 활동력이 강한 사람, 당뇨병 환자, 고혈압으로 약물 치료 중인 사람 등에서 많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병원 측정에서 정상 혈압이었다고 해도 방심하지 말고 가정용 혈압계로 매일 아침, 취침 전 등 규칙적인 시간을 정해 혈압을 기록해 자신의 혈압 변동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혈압 조절과 심혈관합병증 위험의 표지자인 표적장기 손상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료실에서는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데 당연히 개선돼야 할 표지자들이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에는 가면고혈압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실 책상에 앉아 혈압만 재면 긴장이 되고 불안해 혈압이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를 ‘백의고혈압’이라고 한다. 의사나 간호사 등의 의료진들이 입은 흰 가운이 고혈압을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긴장으로 인해 심장작용 등을 촉진하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혈압이 오르는 것으로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140/90mmHg 이상인데, 24시간 활동혈압의 주간 평균혈압은 135/85mmHg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백의고혈압은 진성고혈압이나 가면고혈압만큼 예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지만, 정확하지 못한 혈압 측정은 잘못된 고혈압 진단에 그치지 않고 항고혈압제 투여 같은 불필요한 치료와 부적절한 관리를 초래한다.

또한, 한번 백의고혈압으로 진단되면 향후 진성고혈압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즉, 진성고혈압으로 진행하는 과정의 일부가 초기에 백의고혈압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혈압일지라도 백의고혈압이 나타난다면 향후에 혈압이 오를 수 있을 만큼, 면밀한 추적 관찰과 현재의 생활 중에 교정할 수 있는 것들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진료실 혈압측정 시 백의현상이 개입할 가능성을 늘 열어두어야 한다. 고혈압이 반복측정을 통해 진단되는 질환인 만큼 백의고혈압을 확진하기 위해서 반복적인 혈압측정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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