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문명사회를 구성하는 ‘문화’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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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영 기자
  • 승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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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윤양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이 올해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20171228일 공식 취임한 윤 회장은 그동안 변화와 혁신을 핵심가치로 삼고, 협회를 이끌었다. 취임 직후부터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그간의 부적절한 관행들을 타파하고, 청렴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적극 노력했다. 또한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각종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등 활발한 행보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협회는 행정안전부 주관의 안전문화대상에서 국무총리 표창(공공·비영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고,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윤 회장은 우리사회 전반의 안전문화 수준 제고를 위한 안전문화 혁명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는 취임 3주년을 맞은 윤양배 회장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올해로 취임 3년째를 맞이합니다. 그동안의 소회와 올해 경영방침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변화와 혁신’은 제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늘 강조하고 있는 말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찾아온 지금, 예전의 성공방정식과 조직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변화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될 위험이 큽니다. 협회가 국내 최고의 민간재해예방기관이라는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변화와 혁신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취임 이후 첫 행보로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혁신과제를 선정하고, 이행상황을 꾸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내부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혁신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 이유입니다. 한편 저는 조직내부 전반에 청렴 문화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썼습니다. 안전과 청렴이라는 가치는 언뜻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노동자 및 국민안전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협회에 부정(不正)과 부패(腐敗)가 만연돼 있다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가능할까요. 부정부패가 원인이 돼 사고(재해)라도 발생한다면 협회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협회는 2018년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인증을 취득하고,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준법·윤리경영을 실천해 국민 여러분들로부터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는 변화와 혁신, 청렴에 더해 협회를 애자일(Agile)조직으로 재탄생시킬 생각입니다. 전통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으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협회원 모두가 본인 스스로 전문가로서 업무를 추진하고, 조직을 조율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직적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이상과 같은 노력은 결국, 노동자 및 기업의 안전수준을 더욱 향상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개정 산안법 현장 안착 위해 역량 결집할 것

Q. 전부 개정 산안법이 1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민간재해예방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안전보건법은 지난 1981년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관리의 근간 역할을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보완이 이뤄졌지만, 사실 전부 개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됐습니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개정 작업에 나섰고, 지난해 12월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입법 과정이 급물살을 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부 개정 산안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도급(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작업의 도급을 제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사고가 다발하고 안전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타워크레인과 같은 건설 기계·기구에 대한 안전규정이 강화됐고, 기업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함에도 산안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조치 등도 대거 담겨 있습니다. 이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기존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이에 우리 협회는 개정법이 현장에 안착되는데, 총력을 다할 방침입니다. 개정법의 의미와 내용을 현장에서 숙지하고, 이행해야 산업재해로부터 소중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2020년을 맞아 협회에서 주력으로 추진하는 산업재해예방 사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4차 산업혁명 등 우리를 둘러싼 산업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행동과 습관을 답습해서는 안됩니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만약의 사태에도 신속·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 분야도 마찬 가지입니다. AI, IoT,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등의 등장으로 산업현장의 통제 범위가 사업장 단위를 넘어 전국, 나아가 글로벌적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됐습니다. 이는 사고 발생 시 위험 영역이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재해예방 활동만을 계속 추진한다면 노동자의 안전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해 우리 협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세부 이행계획은 담은 ‘VISION 2030’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임직원 역량강화 방안도 시행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안전문화 혁명기지, 스마트워크 오피스(Smart Work Office) 구현 등을 위한 안전문화회관 건립 등을 통해 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가운데, 사업장에 자율안전관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신규 사업도 힘차게 전개해 나갈 방침입니다.

먼저 협회 관계사의 재해율이 0.25%이하가 되도록 지도해 나가겠습니다. 여기에 더해 안전관리업무수탁 및 컨설팅 등의 보고서를 디지털 전산화한 ‘스마트 보고서’를 통해 한층 체계적인 관리에 나설 계획입니다.

전부 개정 산안법에 따라 신설되는 제도의 안착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임할 것입니다. 도급 승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보건평가제도’가 서류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수행인력의 배치 및 교육훈련에 만전을 다할 계획입니다. 또한 건설 발주자의 책무 중 하나인 안전보건대장과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표준모델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적극 나설 것입니다.

올해에는 재해예방기관으로서 전문성 강화에도 만전을 다할 생각입니다. ‘KOSHA-MS 및 ISO45001 컨설팅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역별로 안전진단 컨설팅 수행 인력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직무능력을 향상시켜 나갈 것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재해예방 사업도 전개해 나갈 방침입니다. 기존의 화평법 및 화관법 컨설팅과 함께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환통법) 등 HSE 관련법 컨설팅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안전기술연구원에서 ‘방폭 전기기계에 대한 실태파악 및 개선방안’, ‘소규모 산업현장의 화재폭발예방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한 연구 활동을 실시하고,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수소 및 리튬 배터리 취급작업 안전지침도 연구해 보급할 계획입니다.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혁명수준의 접근 필요

Q. 안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전(安全, Safety)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거나 그런 상태’ 또는 ‘허용 가능한 위험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인지된 위험요소의 통제’ 등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안전을 만들어 가는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적 규제 및 제도, 재해예방기술, 안전교육 등이 이러한 개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심리학적 측면에서 안전에 대해 설명한 이론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을 통해 인간이 음식을 섭취하고, 잠을 자는 등의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우선하는 것이 ‘안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안전을 두고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안전이 문명사회를 구성하는 ‘문화(文化)’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행동양식과 사고방식, 인식 및 태도 등 모든 것을 안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안전문화’를 주제로 책을 출간하셨는데, 집필 동기와 함께 출간의 의의에 대해 설명부탁드립니다.

앞서 제가 안전을 문화 그 자체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수준을 평가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하고, 수출 분야 세계 6위를 기록할 만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이처럼 급성장 이룬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성장과 도약은 안전이 문화로 꽃피우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낸 이른바 ‘파괴적인 성장이자’, ‘죽음의 도약’이었습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다행히도 현재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안전한국’을 선포하고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2022년까지 산재사망사고 절반 감축’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각 기업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키워드가 ‘안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안전경영을 전개 중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지켜보는 저의 마음속에는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안전정책 및 활동의 근간에 ‘안전문화’라는 키워드가 언급은 되고 있으나, 안전문화 수준을 어떻게 높일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분명 부족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안전문화라는 개념을 서양에서 그대로 가져와 차용하거나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안전문화와 관련된 방대한 정보들을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이러한 현상이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도래한 상황에서도 이어진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한평생 안전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홍익인간(弘益人間)과 대동사회 등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에 맞게,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학문과 지식을 새로이 해석해보고자 했습니다. 또 안전문화의 개념과 이론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누구나 한 눈에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 ‘안전문화 혁명(4차 산업혁명 시대 안전보건문화 수준 향상을 위한 혁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안전문화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혁명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부디 저의 오랜 고민과 진심을 담은 책이 이러한 혁명의 단초가 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길 기원합니다.
 

글로벌 민간재해예방기관 도약 위한 기틀 마련할 계획

Q. 산업안전 전문가로서 산업재해 예방 및 저감을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안전정책, 법령 등의 제도적 기반은 여느 안전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안전기법, 안전장치·설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공정이 점차 대형·복잡화되고 신기술에 수반되는 새로운 위험이 출현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법적 규제에 의한 안전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이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정량적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하는 안전관리가 반드시 수행돼야 합니다. 이미 안전 선진국에서는 화학 플랜트, 반도체, 자동차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위험기반에 의한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사고방식과 모든 업무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행동양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 내려야만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안전 수준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잠원동 철거공사 붕괴사고, 목동 빗물 펌프장 참사 등 산업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미흡한 안전의식에 의한 인재(人災)’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업장 전반에 안전문화가 뿌리 깊게 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빠르게 작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었던 급속한 고도성장기의 ‘빨리빨리 문화’가 안전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뿌리부터 안전체질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법적규제와 위험기반에 의한 안전관리를 실시하면서, 안전문화 확산을 통한 인식의 변화까지 이뤄낸다면 우리나라는 안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전의 가치를 최우선 시하는 문화가 전 국민의 의식·습관·관습에 내재화돼야 안전문화 혁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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