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수가 전년대비 116명(11.9%) 줄어든 855명을 기록했다.
199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15년 동안 1000명대를 유지했던 산재 사고사망자수가 2014년 992명으로 감소한데 이어 처음으로 800명대에 진입한 것이다.
사망만인율 역시 최초로 0.4‱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순간 이뤄낸 우연의 결과물이 아닌 노사민정의 오랜 노력이 일궈낸 자랑스러운 성과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업을 대상으로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안전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개편한 정부 정책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올해도 ‘선택과 집중’ 방식의 관리.감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끼임 위험작업 감독’(가칭) 분야를 신설하여 고위험 기계 등을 감독할 시 끼임 위험 예방조치에 대한 감독도 병행한다. 아울러 건설업에 집중했던 패트롤 점검.감독을 제조업까지 확대하고, 순찰 대상도 두 배 가까이 늘린다.


전체 사망자 855명 중 428명이 사망한 건설업과 206명이 사망한 제조업의 사고사망자수를 줄이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영세·소규모 사업장에 자율안전관리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외국인노동자의 산재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여기에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이 ‘2022년까지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돛을 달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1999년 1456명에 달했던 산재 사고사망자수가 지난해 855명까지 줄어든 것이 엄청난 성과이긴 하나, 안전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최고 성적표인 ‘사망만인율 0.4‱’은 OECD 15개국 평균인 0.30. (2014년 기준)보다도 높다.


노동계도 사고사망자수를 대폭 감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사고사망자 통계는 승인일을 기준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실제 발생된 산재 사망사고와 차이가 있고, 패트롤 점검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의 사망자수가 오히려 증가한 것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산재 사망사고가 줄어든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근원적으로 확보하고, 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사회 노·사·민·정·학 등 관계자 모두의 참여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은 지난 16일부터 본격 시행된 전부 개정 산업법의 현장 안착에 경주해야 한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그대로 현장에서 이행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현장에서 법이 만들어진 취지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법을 이행하는 노와 사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에 확실한 피드백(feedback)을 주어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개정법이 현장에 연착륙한다면 분명 뚜렷하게 산업재해 예방 효과가 날 것이다.


일부 법·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도 있다.
그동안 노동계는 꾸준히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전면 도입을 주장해왔다. 안전보건에 대한 사업주의 관심과 투자 의지는 현장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에서 도입에 대한 논의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보건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력은 한계가 있고, 법의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 4차 산업혁명시대 급격하게 변하는 산업현장의 모습을 법에 담는다는 것도 사실상 무리에 가깝다. 때문에 안전보건에 대한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안전’, ‘나 스스로부터 솔선수범하는 안전’, ‘우리모두를 생각하는 안전’이 하루빨리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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