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고용부의 도급 시 산재예방 운영지침(이하 지침)이 인터넷 개인블로그에 돌아다니고 있다. 지방관서에도 2월에 시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고용부 홈페이지에는 어디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 도급 관련 법규에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아 기업에서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아직까지 기업들에게는 공식적으로 알리고 있지 않은 것이다.

기업 등에서 준비를 하는 시간까지를 감안하면 개정법이 시행되기 몇 달 전에는 의무주체들에게 널리 알렸어야 하는데, 법이 개정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지침을 내놓은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더군다나 지침을 지방관서에만 보내고 당사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있다니 행정의 무인식과 무능에 다시 한 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행정청은 법령 등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책, 제도 및 계획을 수립·시행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이를 예고해야 한다(행정절차법 제46조). 이번 지침이 법령 등의 단순한 집행을 위한 경우가 아닌 것이 명백한 이상, 당연히 행정예고를 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거치지 않았다. 법을 모범적으로 준수하여야 할 행정기관이 법을 어긴 것이다. 입만 뻥끗하면 법과 원칙의 준수를 외치면서 정부 스스로는 준수할 생각이 없는 ‘내로남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부가 하청노동자에 대한 진정한 보호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도급인 등이 하청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들에게 충분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려 주어야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러한 절차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침의 내용이다. 지침의 내용에 법리적 면에서 맞지 않고 논리적 면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무작스럽게 개정되어 그 해석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내용과 논리에 있어 법적 상식과 괴리가 크고 거칠다. 사다리작업 금지 지침, 작업중지명령 지침 등 종전에 고용부에서 시달된 함량 미달의 지침을 보는 듯한 데자뷔(기시감)가 든다.

게다가 수범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법 위반이 안 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행동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관서에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감독관들은 어떻게 집행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헷갈린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예방’지침으로는 작동되지 않고 ‘처벌’지침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침내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도급인’과 ‘건설공사 발주자’를 구분하는 기준에 관한 해석부분이다.

죄형법정주의의 한 원칙인 유추적용금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해석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형벌이 수반되는 법문 해석은 문언에서 출발하여 문언에서 끝나야 한다. 형벌 수반 규정 해석의 한계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범위’에 있다. 그런데 지침에서는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건설공사가 사업의 유지 또는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인지, 상시적으로 발생하거나 이를 관리하는 부서 등 조직을 갖췄는지, 예측 가능한 업무인지 등’과 같은 법문과 전혀 관계없는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열거된 고려사항과 법문상의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라는 의미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즉 ‘시공을 주도’한다는 문언에서는 지침에서 제시된 항목을 확대해석은커녕 유추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법문에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행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자의적으로 갖다 붙여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법의 흠결을 행정에 의한 법창조(입법)로 메우려는 월권에 해당한다. 아무리 양보한다 하더라도 지나친 확장해석이자 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를 훌쩍 벗어나는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해석은 집행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초래할 뿐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수용되거나 적용될 리 만무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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