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축소해야…노동계 강력 반발
노동계 “제안 철회하고 사업장 감염병 예방 위한 안전대책 마련하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를 이유로 경영계가 ‘안전 규제 완화’를 요구해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23일 경제·노동 8대 분야 40개 입법 개선 과제를 담은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건의서를 통해 경총은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역사적으로 가장 심각한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40개의 입법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현 경제상황에 대해 경총은 “지난해 수출·투자·생산 등 실물경제 주요지표의 부진 속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2.0%의 경제성장률에 그쳤는데,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공중보건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초대형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활동 차질과 수출감소, 내수침체, 재고증가로 비상국면에 놓여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고 기업의 투자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하며, 세계적으로도 후진적이라 평가받고 있는 노사관계 법·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화 대상으로 경총은 법인세를 가장 먼저 꼽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이나 온라인쇼핑 영업시간 제한을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과 상장사의 감사(위원)를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3%룰’의 폐지도 요구했다.

안전규제의 완화도 요구했다. 안전·환경 규제의 실효성 제고를 통한 선진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수급인과의 협력·조정 등 역할로 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경총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직무 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저성과자’는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것도 제안했다. ‘일반 해고’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경우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완화해 경영 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해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총은 이외에도 사업장 내 시설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기간 대체근로 전면 금지 규정 삭제,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 삭제, 경영인의 경제 범죄 가중 처벌 기준 완화 등을 국회에 건의했다.

◇취약계층의 마지막 보루인 고용, 안전을 공격하는 것

이번 경총의 건의에 대해 노동계는 코로나 경제위기를 틈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노동자 및 취약계층의 복지를 약탈하는 입법안을 제출하였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23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전 국민이 어떻게 단결하여 이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지금, 재난을 기회로 자본의 탐욕을 채우려는 반사회적 작태”라며 경총을 강력히 규탄했다.

같은 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경총은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희생시키고 재벌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제도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적 고통분담에 동참하길 바란다”면서 “경총이 지금 할 일은 유급 가족돌봄 휴가 보장, 유급 휴업수당 지급, 사업장 감염병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대책 마련 등 회원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할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코로나19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는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들, 중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고통 분담에 나서기는커녕,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사회복지와 공공성마저 내던지고, 취약계층의 마지막 보루인 고용, 소득, 안전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거센 비난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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