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배송’ 아닌 ‘안전 배송’ 문화 정착돼야
‘로켓 배송’ 아닌 ‘안전 배송’ 문화 정착돼야
  • 승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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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 說

자정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까지 주문한 상품이 집 앞에 놓여있다. 택배 회사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시스템이 가져온 요즘 풍경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시장 규모는 2014년 3조9800억 원에서 2019년 6조67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택배 물량은 16억2320만 박스에서 28억 박스로 대폭 증가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늘면서 택배 시장규모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으며,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과 편리함에 현혹되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택배 기사의 건강과 안전이다. 이들은 매일 수많은 물량을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보호 장치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101명의 우체국 집배원이 사망했다. 여기에 일반 택배 회사의 수치까지 더해지면 실로 많은 택배 근로자들이 업무상 재해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 지난달 12일 새벽 배송에 투입됐던 ‘쿠팡맨’이 경기도 안산시 한 빌라에서 숨진 사고가 발생하며 택배 근로자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자, 택배 근로자들이 과로와 감염 노출위험을 무릅쓰고 국민들에게 생필품과 위생용품을 배송하던 상황이라,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더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에 따르면 사망한 쿠팡맨은 입사 4주차로 정규직이 되기 위해 트레이닝 중이었다.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쿠팡 측은 신입 쿠팡맨에게는 물량의 50%만 배정한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증가로 기준 물량 자체가 높아 새벽시간까지 배송하는 과정에서 신체에 무리가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적정업무량 표준도 없이 제한시간 내 무리하게 작업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목됐다. 고인은 생전에 유족들에게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고 말했는데, 이것만 봐도 휴식 시간은 언감생심이며, 얼마나 시간에 쫓기며 일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다른 기업의 택배기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행히도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택배기사는 건설기계운전사,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등과 함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지정되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과 근로자가 법적 의무사항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 지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시행 초기인 만큼 처벌보다는 지도.조언을 위한 감독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배송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시민들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 빠른 배송보다는 안전한 배송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택배 근로자의 작업환경이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로 변화될 수 있다. 그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편해진 만큼, 이제 그들에게도 안전을 선물해줘야 할 때다. 안전은 모두가 누려야할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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