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심리의 적극적 융합이 안전문화 구축의 핵심
안전과 심리의 적극적 융합이 안전문화 구축의 핵심
  • 김성민 기자
  • 승인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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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산업재해 지표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 1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법과 제도가 대대적으로 보완됐지만,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어 산재 감소라는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의 모습을 살펴보았을 때 법과 제도의 변화가 산재예방에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동시에 근로자들이 일시적이며 수동적으로 안전행동을 하거나 규칙을 준수하는 경향을 띄게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안전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안전문화를 중심으로 한 안전학과 심리학의 융합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기존의 법적 규제 중심에서 근로자의 특성, 행동, 심리 등 사람 중심으로 안전관리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로자 스스로 안전을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준수하는 안전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전개돼야 할까. 문광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Q. 교수님과 전공학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심리학의 여러 전공 중에 산업 및 조직 심리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은 심리학적 원리를 기업, 공공기관,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 운영에 적용하는 학문으로, 조직의 효과성과 생산성 그리고 조직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 증진을 목표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특히 저는 산업 및 조직 심리학에서도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모교이기도 한 중앙대 심리학과는 1947년 한국에서 서울대 이후 두 번째로 개설된 심리학과로 약 73년의 역사를 가지RH 있습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여러 차례 최우수 학과로 선정되었고, 현재 12명의 교수님들이 재직하고 계십니다.
 

Q. 최근 들어 안전심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전심리는 근로자 한 개인이 안전 행동과 불안전 행동을 하는 다양한 심리 사회적 요인들을 파악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개인의 인지, 정서, 욕구, 그리고 환경(집단 내에서 동료나 관리자, 조직의 문화 등)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계적으로 검증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안전 행동을 증진 시키고 사고를 예방하는데 활용하는 분야입니다. 즉 Human Factor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재해 예방방안을 안전심리 관점에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재해의 주요 원인은 바로 불안전한 행동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불안전한 행동을 줄이기 위해 불안전 행동을 관찰하고 있으며, 일부 현장에서는 벌금과 징계, 질책, 비난 등의 부정적인 방식을 사용해 관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은 스트레스ㆍ공격성 증가, 긍정적 행동 억제, 안전 참여 방해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불안전 행동을 줄이면 사고도 분명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불안전 행동을 줄이는 것이 안전행동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일시적인 안전행동을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안전행동을 이끌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는 불안전 행동을 줄이려는 것보다 안전 행동을 증가시키는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에 중점을 두고 관리하는 지에 따라 그 과정과 결과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안전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한 안전관리를 목표로 한다면 불안전 행동을 감소시켜 사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 근로자 스스로 안전을 실천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입니다. 안전행동을 증가시키는 접근법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안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Q. 근로자들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최근의 연구ㆍ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거에는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및 심리상태를 불행하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일 빙(Ill-Being)’에서 특별한 심리적 문제나 장애 없이 살아가는 ‘노말 빙(Normal-Being)’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더 나아가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 목적인 ‘웰 빙(Well-Being)’을 추구합니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이론이 ‘자원보존 이론(Resource Conservation Theory)’입니다.

여기서 자원은 개인이 가치 있게 여기거나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것들을 의미합니다. 특히 심리적 자원이란 긍정적인 감정, 동기, 에너지, 자존감, 사회적 지지, 지각된 건강 등 개인적인 자원을 의미하며, 직원들이 직무에 더 집중하고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경우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미치는 효과가 약화되거나 완충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자원이 부족한 경우 직무를 수행하고 몰입하기에 어려워지고, 소진, 낮은 직무만족, 일-가정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지 않으며, 근로자들 역시 경쟁적이고 성취 중심적인 근로 환경에서 고용유지, 승진, 연봉인상 등을 위해 본인도 모르게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 건강 모두를 하나의 자원으로 여기고, 이러한 자원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근로자들도 본인의 정신 건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Q. 안전문화가 사업장에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 안전문화는 근로자의 안전의식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로자 안전의식은 안전문화를 구축하는 데 필수 요소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사업장의 안전문화를 위해서는 경영진의 의지와 안전경영, 적절한 작업 인력, 자원, 작업 일정, 시스템, 장비, 교육ㆍ훈련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실제 작업 상황에서 실천돼야 합니다.

안전문화에서 文化라는 한자를 직역하면 “글이나 말이 되다”인데 저는 이를 “글이나 말이 현실이 된다”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이 현장 에서 발현될 때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안전 인프라의 실태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경쟁력은 속도였습니다. 성과와 보상의 기준이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됐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빨리 빨리’ 문화가 사회에 만연해졌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국내 기업에서 안전보다 생산성과 품질을 우선시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안전은 생산성, 품질과 함께 기업의 3대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안전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저해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생산성과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기간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안전 최우선의 가치가 기업과 일상에서 자리 잡는다면 사고예방을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선진국 수준의 안전 인프라도 구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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