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료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정민 과장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코로나19는 우리사회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피해를 안겼다. 이에 정부에서는 초·중·고등학교의 온라인 개학 등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쳤다. 사업장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을 활용하고 있고, 방역 등을 위해 사업장을 일시 폐쇄하는 등 감염 예방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해 또 다른 감염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는 감염병 등 업무상질병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청주의료원의 김정민 직업환경의학과 과장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Q. 과장님 및 청주의료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산업의학(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2009년부터 청주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산업의학은 2002년 해군에서 군의관 생활을 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우연찮게 당시 해양의료원에 산업의학 전문의가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학부(의과대학) 시절에는 산업 의학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산업의학과가 신생 전문과였고 일부 대학병원에만 교수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터라 수련을 받는 동안 가정도 돌볼 수 있을 거라는 산업의학 군의관의 조언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크게 작용했습니다. 물론 예상과는 달리 수련을 받으면서 가정을 잘 돌보기는 어려웠지만요. 어쨌든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게 된 건 후회가 없습니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노동이나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던 제가 교수님과 동료들을 통해 노동의학과 사회의학에 대해 배우고, 의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지요.
청주의료원은 1909년 설치된 관립 자혜의원을 모태로 하여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지방의료원입니다. 보건복지부 환자경험 평가나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청주의료원은 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직업환경의학과에서는 청주를 포함한 충북지역 사업장과 주민을 대상으로 보건관리 위탁사업, 특수건강진단, 일반건강검진, 국가암검진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여파가 상당합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업장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사업장 보건관리 위탁사업을 통해 현장을 돌아보면 제조업의 경우 의외로 발열 체크, 손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등 방역관리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조업의 경우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나은 편입니다. 평상시 구입해 둔 마스크가 있고, 기존 거래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콜센터, 요양시설 등 서비스업이 코로나19 전파에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사업장에서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을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침은 사업장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고,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거리 두기’와 ‘환기’입니다. 손 씻기, 손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은 물품만 있다면 쉽게 실천할 수 있지만, 일하는 공간에서 거리를 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제조업 사업장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동선을 최적화해 놓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 간에 거리 두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유연근무제, 유급휴가, 점심시간 및 휴게시간 시차 두기, 칸막이 설치 등이 필요하고, 유동 인원이 많거나 밀집된 구역은 상시적인 환경소독과 환기를 해야 합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마주보지 않고 한 줄로 식사를 하거나 의자 개수를 줄여 좌석 간격을 확보하고 있지만, 업무 공간은 거리를 둔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단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환기인데, 비말(침방울)이 아닌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위생에 만전을 다하는 동시에 집안이나 사무실에서 환기를 자주해야 합니다.
 

 

Q. 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코로나19와 비슷한 감염병은 언제든지 유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분명 위기상황이지만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는 교훈은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응체계가 마련된 것이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평상시에도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전담인력을 교육하며, 방역물품을 준비하는 등 사업장 내 감염병 대응체계가 확실히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해 감염병에 취약한 집단을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 보건복지부에서 백서를 발간한 바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되면 고용노동부에서도 백서를 내고 노동자 안전보건을 강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제한된 물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홍보했는데, 마스크만 너무 부각된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2018년 환경부에서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강화하면서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기준이 강화되어 미세먼지 경보는 자주 울리는데, 단시간에 미세먼지를 줄일 방법은 없으니 정부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기조가 이번 코로나19 사태까지도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코로나19 예방에서 마스크보다 중요한 것은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과 거리두기, 환기입니다. 그런데 물량 수급에 대한 대책도 없이 마스크 착용이 너무 부각되어 ‘마스크 대란’이 발생한 것입니다.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을 대응하는데 분명 미숙한 점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지만, 지금의 경험이 다음 위기상황에서는 타산지석이 될 것입니다.
 

산재노동자를 조기에 치료하여
합병증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업무에 빨리 복귀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큰 이득입니다

 

Q. 결핵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안과 사후조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예방수칙이 다른 감염병을 예방하는 수칙이기도 합니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관리, 기침예절, 환기 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다만 혈액, 음식, 매개동물, 주사바늘 등 감염병 전파경로에 따라 별도의 주의가 필요하고, 사업장 사정에 따라 적절히 응용하면 됩니다.

사후조치는 감염병예방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관련 규정을 참고하면 됩니다. 사업장에서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한편 업무로 인해 사업장에서 감염병에 걸린 것이 의심될 때에는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코로나19도 사업장 내에서 집단 발병이 됐다면 산재로 처리해야 합니다.
 

Q. 전부 개정 산안법이 시행됐습니다. 보건관리 측면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전부 개정 산안법은 기대 이하입니다. 법적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개정하기는 했지만, 해석의 여지가 좁고,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진일보했지만 전부 개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산업보건 영역에서 우선 생각나는 것은 특수건강진단 사후관리 결과보고 의무가 생긴 것입니다.

과거에는 사업주가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한 후에 특검의사의 판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면 됐습니다. 근로감독관이 개별 사업장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는다면 실제 어떤 조치가 있었고, 개선되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근로제한 및 금지, 작업전환, 근로시간 단축, 직업병 확진 의뢰와 같은 소견이 있는 노동자가 있다면 사업주는 사후관리를 실시한 증명 서류를 노동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건강진단 사후관리 보고 의무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 사업주의 관심이 높아지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고, 검진 결과의 왜곡이 발생하는 역기능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검진 결과의 왜곡은 왜 생길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볼 때 사업주에게 건강진단기관을 선택할 권한이 있고 건강진단 비용도 사업주가 지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판정을 검진기관에 소속된 의사가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사업주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제도 하에서는 검진의사가 소신대로 사후관리 조치를 권고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제도가 전부는 아닙니다. 결국은 실행 주체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제 생각에는 차라리 어떤 판정이 됐건 건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해당 노동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Q. 2018년도 기준으로 업무상 사고사망자(971명)보다 질병사망자(1,171명)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업장의 보건실태를 진단해주시고, 대응 방안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업보건 영역은 투자 대비 개선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업무상질병은 직업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고령 노동자에게서 나타나는 업무상질병은 개인적 요인 때문인지 작업환경의 영향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장에 어떤 조치만 취한다고 해서 그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큰 틀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아우르는 보건의료체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선 산업보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선진화되어야 합니다. 일하다 병에 걸리면 ‘나 때문이다’라고 개인적 요인을 크게 판단하면 안됩니다. ‘월급을 받았으니 이 정도 위험한 일은 해야 해’라던지, ‘이만큼 월급을 받으려면 맞교대를 해야지’라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개선되기 힘듭니다.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하지 않아도 적정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충분한 안전보건조치가 이뤄진 상황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필수불가결한 업무를 제외하고는 교대근무나 야간근무를 없애야 합니다. 교대근무나 야간근무가 일상화되고 이런 근무형태를 선택하지 않으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을 받지 못한다면 노동자의 심뇌혈관질환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노동자가 아플 때 부담없이 쉴 수 있도록 인력 수급을 지원하고 유급병가나 상병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업무상질병 판정과 관련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고, 어렵사리 산재를 신청한 후에도 판정을 받기까지 평균 6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여하고, 추정의 원칙을 확대해야 합니다.
 

직업병이 ‘나 때문이다’라는 자책은 금물
감염병 예방의 핵심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 환기특수건강진단 사후관리 결과보고
제도의 안착을 위한 노력 필요

 

Q. 산재 노동자에게 가장 필요한 사회적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직업의학 분야에서는 1차와 2차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1차 예방은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고, 2차 예방은 건강진단 등을 통해 질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빨리 치료하는 것입니다. 안전보건교육, 작업환경측정, 근로자건강진단 등을 규정한 산안법도 1차와 2차 예방에 초점이 두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직업의학 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산재보상과 직업복귀입니다. 우선 산재보상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보다 인정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수개월이 지나 산재 승인이 난다면 초기에 적절한 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재활치료도 어렵습니다. 노동자가 치료를 조기에 받아서 합병증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업무에 빨리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큰 이득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전국 산재병원에서 일부 재해자를 대상으로 업무관련성 평가를 위한 특별진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해조사 초기 단계부터 산재 승인 절차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업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진찰을 통해 산재로 승인된 사례들을 기반으로 특정 직종에서 일정기간 근무한 사람에게 어떤 질환이 발생하면 곧바로 산재로 인정하는 제도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산재 승인 절차를 크게 간소화하는 것이지요. 이런 시스템이 빨리 정착되면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입니다.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일을 못하게 되면 산재 여부를 떠나 치료비와 생활비를 보조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유급병가나 상병수당이 제도화되고 실제 작동하게 된다면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사회적 갈등도 줄고, 노동자들이 적절한 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여 후유증과 합병증을 최소화한다면 직장에도 조기에 복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떠나 노동자가 다치거나 아파서
일을 못할 때에는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 필요

Q. 안전보건문화가 사업장에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내 기업들이 매출액 대비 안전보건에 투자하는 금액이 0.1%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전보건문화는 곧 인권과 생명권의 문제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개발과 산업화에 주력해 왔고, 민주화 시기에도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산업재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희생으로 여겼고, 지금도 여전히 이런 인식이 강합니다. 이런 상황을 하루 아침에 해결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인식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전과 보건을 위해 어떤 일부터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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