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재해에 대한 사업주 처벌 강화 추진
경찰 “어떤 사건보다도 원청 책임을 중하게 물을 것”

경기도 이천에서 대형화재 참사가 12년 만에 발생했다.

4월 29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에 소재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해당 현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면적 1만1043㎡ 규모로, 사고는 완공을 2개월여 앞둔 가운데 발생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8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날 오후 1시 30분께 현장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아 대형화재로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우레탄 주입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화원을 만나 폭발하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08년 이천에서 2건의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한 이후 또다시 터진 유사사고라 안타까움이 크다. 앞서 2008년 1월 7일 이천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로 40명, 같은 해 12월 5일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물류센터 냉동창고 화재로 8명이 사망한 바 있다.

정부가 우리사회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해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2년 전과 유사한 사고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가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현재까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정리해 봤다.

지난 12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에 소재한 화재현장에서 유가족들이 검게 타버린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지난 12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에 소재한 화재현장에서 유가족들이 검게 타버린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與, 노동안전특위 설치…위원장에 전혜숙 국회의원

먼저 국회에서는 재난 대비 제도 정비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당내 노동현장대형안전사고방지대책 특별위원회(노동안전특위)를 설치하고 특위 위원장에 전혜숙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기 위해 노동안전특위를 발족시켰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철저한 조사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이런 참사가 발생한 작업 구조나 안전관리 제도 등 근본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당도 특위를 구성해 법과 제도를 다시 한 번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익성이 강조되고 하청 구조가 후진적일수록 재난대비 비용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긴다”며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결코 비용으로 산정될 수 없는 가치이며 이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정은 재난대비 제도 정비와 강화를 21대 국회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 12일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3층 회의실에서 유족들과 면담을 가진 전혜숙 위원장은 “유족 여러분들의 건의 사항을 적극 반영해 입법에 적용하고, 정부 측에도 수습 및 지원 등에 차질이 없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재발방지책 마련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팀(TF) 구성


◇丁총리 “대형화재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 처방 절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공사 현장에서 대형화재가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관계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또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에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팀(TF) 구성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천 화재사고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 같이 밝혔다. 회의는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 수습 상황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유가족 지원 등 신속한 사고수습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 총리는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정부는 부상자 치료와 돌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피해자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08년 1월에도 이천의 냉동창고에서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 발포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해 40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며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도 12년 전 사고와 유사하게 우레탄 작업 중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고용부와 소방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어떻게 화재가 발생했고, 왜 짧은 시간에 불길이 급격히 확산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지, 이번 화재 발생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주기 바란다”며 “안전기준과 수칙은 제대로 준수했는지,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은 적절했는지, 사고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꼼꼼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번과 같은 대형화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처방이 절실하다”며 “관계기관에서는 긴장감을 갖고, 사고 수습이 마무리 되는대로 명확한 원인 규명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경찰을 중심으로 지자체 등과 긴밀히 협력해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귀책 사유를 분명히 가려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원만한 사고 수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 총리는 또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조실에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소재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소재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 “산재 사업주 처벌 낮아, 大法에 양형기준 상향 요청”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업주의 안전관리 책임을 엄정히 물겠다는 취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실질적 처벌 수준인 양형 기준을 높이도록 대법원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산재 사망사고가 계속됨에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낮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화재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리감독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장관은 “현재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서 합동 감식, 참고인 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유가족에게 상세히 설명할 계획”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에 대해서는 원·하청 및 발주처를 불문하고 법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장관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이재갑 장관은 “안전보건공단, 지자체 등과 협력해 사업장을 점검하고 불량 사업장에 대해서는 직접 감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청, 건설현장 화재안전조사 실시

소방청은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2의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소방청은 12일부터 22일까지 11일간 고용노동부,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전국 공사현장 15개소를 표본조사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물류창고 3개소, 공장 2개소, 공공시설 2개소, 지하철 2개소, 판매시설 1개소, 복합건물 3개소, 공동주택 2개소다. 점검반은 이들 시설을 대상으로 화재예방, 현장공정, 위험물, 전기, 가스, 건축(건설) 등 총 7개 분야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다.

세부적으로 ▲임시소방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 실태 ▲화기·위험물 취급의 적정 관리 여부 ▲작업 공정의 분리 ▲안전관리자의 지도·감독 여부 등을 살핀다. 공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화재예방 교육도 병행한다.

이외에도 소방청은 연면적이 3000㎡를 넘으면서 공정률 50% 이상 또는 지하 2층 이상, 우레탄폼 등 유해위험작업 공정 현장에 대해서는 시·도별로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소방청은 점검 결과, 위법 사항이 드러나면 행정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과학적 감정 거쳐 수사결과 발표할 것”

이천 화재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원청·발주처 등의 책임과 공사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발주처를 포함해 시공사, 감리 등 전반적인 부분과 구조적인 문제, 향후 사고 예방 위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수사 중”이라며 “국민 기대에 맞게끔 책임 범위를 넓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건보다도 원청의 책임을 중하게 물을 것”이라며 “안전관리와 관련된 원청의 책임을 제대로 이행했는 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또한 감리사, 시공사 등에 대해서도 다른 사건보다 엄하게 책임소재를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화재원인 조사에도 만전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배 청장은 “발화원이 어떤 경로로 확산됐는지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라며 “사망자들이 화재 당시 어떤 작업을 했고, 어떤 위치에 있었고, 어떤 경로로 사망했는지 현장 상황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결과는 과학적 감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