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품질실 기술안전팀
정성효 대림산업 안전품질실 기술안전팀

 

냉동물류센터 신축 공사 중 발생한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 이천은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에 근접한 교통의 요지로 많은 물류단지가 있는 곳이다. 그간에 이천의 물류센터에서 초대형 화재사고 3건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발생했다. 2008년 1월 냉동물류창고 내부 설비 마감공사 중 화재(40명 사망), 동년 12월 운영 중이던 냉동물류창고 Door 보수작업 중 화재(8명 사망), 2020년 4월 냉동물류창고 내부 설비 마감공사 중 화재(38명 사망) 등이 그것이다.

2008년 1월 화재는 철골조 샌드위치 패널 냉동창고의 밀폐 칸막이 설치작업 중 사용한 다량의 본드에서 발생한 톨루엔 증기가 전기적인 점화원에 의해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년 12월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 냉동창고의 Door 수리를 위한 용접작업 중 발생했는데 용접작업이 끝날 때까지 화재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이 경과하여 넓은 범위에서 동시다발적인 화재가 일어났다.

용접 시 발생한 고열(3500~5000℃)로 샌드위치 패널의 폴리우레탄 폼이 발화, 패널 내부에서 훈소(薰燒, Smoldering) 형태로 불꽃이 없는 발화가 확산되어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출화하여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08년 2건의 냉동창고 대형화재를 겪고 2009년부터 5000m² 이상의 냉동·냉장 창고 공사를 유해위험방지 관리 대상작업에 포함시켜 특별 관리를 해왔지만 12년 만에 또다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 냉동창고 공사 중 화재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전소(全燒)된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 자연과학에서 사용하는 ‘사고실험(思考實驗)’으로 이천 냉동물류센터 화재의 화재원인과 예방대책을 추론해보기로 하자.

첫째, 폭발/확산 추론
1)냉기를 가두는 밀폐공간인 냉동창고의 구조상 환기가 어렵기 때문에 내부 마감작업 시 우레탄폼(urethane foam), 실리콘 실란트(Silicone Sealant), 페인트, 접착제 등을 사용하면서 가연성 유증기(油烝氣, oil mist) 축적 2)밀폐 공간에서 유증기가 공기와 혼합되어 폭발 위험 분위기 생성 3)폭발 위험 분위기 내에서 점화원 발생 4)유증기 폭발 5)고온/고압 폭연(爆煙)의 팽창으로 폭발적 화재 확산 6)우레탄폼 및 샌드위치 패널 발화 7)유독가스 및 열기 확산으로 대형 인명피해 발생

둘째, 점화원 추론
건설현장 화재 발화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용접·용단(鎔接溶斷) 작업이다. 금번 화재도 용접·용단 불티가 점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금속의 용융액(鎔融液)이 비산하는 불티는 높은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통상 용접부 주변 반경 11m까지 점화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용접봉의 피복재(被覆材)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불티는 열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비산 과정에서 점화 능력을 잃어 점화원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용융액 비산물은 자중(自重)에 의해 직하부나 측면 하방으로 떨어지고 피복재 불티는 용접부의 상부나 상면 측방으로 비산되기 때문에 용접장소의 하부와 하방 측면에 불티비산 방지조치를 하면 불티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최초 발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B2층이 아닌 다른 층에서 용접 작업이 있었다면, 다른 층에서 낙하한 용융액 불티나 용접누설전류(鎔接漏泄電流)에 의한 점화원 제공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용접기의 어스선과 홀더선 거리가 멀어질수록 두 지점에 형성되는 병렬 전기회로가 많아져 용접전류가 누설(漏泄) 되면서 점화원이 발생한다.

용접 전류는 각 병렬 회로의 전기저항 값에 반비례하여 배분되고, 용접 시 수십, 수백[A]에 이르는 큰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전체 용접전류 중에서 작은 비율의 전류만 누설되어도 전기 스파크나 주울열에 의한 점화원이 발생할 수 있다. 용접작업장 인근에서 발화하여 전소(全燒)된 화재현장 감식 시 화재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없기 때문에 용접불티로 원인을 추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누설전류가 화재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누설전류는 용접부에서 수십 미터 이상 떨어진 불특정 다수의 지점에 발화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어려운 고위험 발화원이다. 용접 누설전류를 예방하려면 용접기 어스를 용접부에 근접 설치해야 한다.

또 다른 전기적 점화원은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회전공구나 작업용 조명, 분전반 등에서 발생하는 전기 스파크이다. 전기 모터 중에 회전부에 전기를 연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슬립링(collector ring)과 카본 브러쉬(Brush)를 사용한 형태는 운전 중 전기스파크가 발생한다. 이동식 작업 조명의 On/Off 작동이나 콘센트에 플러그 삽출 과정에서도 전기 스파크가 발생하고, 분전반의 차단기나 마그네트 스위치에서도 전기 스파크가 발생한다. 밀폐공간 내에 가연성 유증기와 산소가 혼합되어 착화 에너지가 낮아지면 이러한 전기 스파크가 점화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화재의 점화원 추정이다. 1)전기용접 불티 2)전기용접 누설전류 3)모터 브러쉬 불꽃 4)전기설비 조작 스파크 5)담뱃불 등의 실화
모터의 스파크를 예방하려면 브러쉬리스(brushless) 모터를 사용하고, 전기설비의 스파크를 예방하려면 스파크가 발생하는 조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작업장 내 금연은 일반 상식이다.

셋째, 예방대책 추론
‘폭발 위험 분위기 × 점화원 = 폭발’
폭발 예방 대책은 가연성 가스의 폭발 위험 분위기 생성을 막고, 점화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1. 폭발위험분위기 생성 방지: 1)유증기 발생 작업시 반드시 강제 환기(냉동창고 밀폐 블록 공간의 환기는 대형 인버터모터 Fan 급배기설비 활용) 2)샌드위치 패널 볼팅 및 요철(凹凸) 접속공법 사용, 용접작업 지양.
2. 점화원 제거: 1)용접불티의 특성을 인지하여 불티비산방지 조치 시행 2)용접 누설전류 억제 3)폭발 위험장소에서 전기스파크 발생공구 사용금지(Brushless 공구 사용) 4)폭발 위험장소에서 전기스파크 발생을 유발하는 조작금지.


한 사람의 생명은 온 세상만큼 소중하다.
이천 냉동물류센터 화재와 같은 재해가 재현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연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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