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2008년 1월 7일 공사가 진행 중이던 이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4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레탄 발포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유증기에 용접 불꽃이 튀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화재는 작업장 내부 벽면과 천장에 도배된 우레탄폼을 태웠고, 우레탄폼이 타면서 내뿜은 유독가스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스티로폼 또는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용 자재로, 주로 물류창고 건축현장에서 많이 쓰인다. 화재에 취약하고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음에도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해 공사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안전보다는 빠르게 작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인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주소다.

2008년 이후 정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건축법, 소방시설법 등 관련 법규를 강화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일례로 사고 직후인 2009년에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5000m² 이상의 냉동·냉장창고에도 적용했다. 또한 바닥 면적 3000m² 이상의 건축물만 난연성 샌드위치 패널을 의무화하도록 했으며, 2015년에는 바닥 면적 600m² 이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2020년 4월 29일 이천 물류창고에서 또다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2008년 화재와 너무 닮아 마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는 유증기를 발생시키는 우레탄폼 작업과 불꽃을 일으키는 용접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로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떠올리게 한다. 관련 법·제도가 미비했다면 핑곗거리라도 됐겠지만 이마저도 아니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은 해당 현장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검토하면서 서류 및 현장실사에서 수차례 화재 등 사고 위험을 경고했다. 경고 사항 중에는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우레탄폼.용접작업에서의 화재 폭발 위험에 대한 주의’도 있었다.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조치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의 움직임은 사고수습에 만전을 다하는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해 ‘건설현장 화재사고 근절 제도개선 방안(가칭)’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가연성 건축자재와 폭발 우려가 높은 유증기가 발생하는 뿜칠 작업의 관리를 강화하고,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을 전면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사 막바지 준공일을 맞추기 위해 위험 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비용을 우선시하는 시공사를 저지할 수 있도록 감리 책임을 강화한다는 생각이다.

제도개선 방안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될지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제도적.법적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에도 그 양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바로 ‘안전문화’가 그것이다. 반복된 인재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우리 모두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기업은 안전경영이 가치창출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안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해 스스로 안전의식을 갖고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혹은 잘못된 작업방식을 지시받더라도 안전한 작업방법을 준수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제도를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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