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절실…다단계 하도급 금지해야”

지난달 21일 오전 11시20분께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용접 작업 중 숨졌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LNG운반선에서 용접작업 중이던 A씨가 파이프 안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아직까지 A씨의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대중공업지부는 아르곤 가스에 의한 산소결핍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 2012년 5월에도 하청 노동자가 용접 부위를 점검하러 파이프 안에 들어갔다가 질식 사망한 사례가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용접용 아르곤 가스를 파이프 안에 채우고 바깥쪽에서 용접한 후 파이프 안쪽 용접부위를 점검하기 위해 파이프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파이프 내부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고 들어갈 경우 산소부족으로 질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내 사망사고는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4월 21일 현대중공업 소속 50대 근로자 1명이 대형 문에 끼여 숨졌고, 같은 달 16일에는 이 회사 소속 40대 근로자가 유압 작동문에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사고가 반복되자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으나, 특별감독이 끝나자마자 사고가 발생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한 개 작업을 하는데 2개 부서에 소속된 2개의 하청업체 작업자가 투입되면서 안전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면서 “중대재해를 근절하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와 법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없도록 조선소 내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사업대표 사장으로 격상…안전 총괄 지휘
현대중공업은 잇따른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해 조선사업 대표이사 직급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격상하고 생산 및 안전을 총괄 지휘토록 하는 등 안전대책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5일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하수 부사장은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이 사장의 이동에 따라 공석이 된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에는 김형관 부사장이 내정됐으며,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취임하게 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안전을 생산 현장의 최우선 순위로 삼기 위해 기존 생산본부를 안전생산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향후 안전시설 및 안전교육시스템 등을 재점검 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인적·물적 재원 투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잇따른 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로 인해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권 회장은 “한동안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안전사고가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에 대해 기존의 안전대책이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안전시설 및 교육, 절차 등 안전대책 전반에 걸친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만큼 앞으로 모든 계열사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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