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위반사건은 독립범죄군으로 설정해야”
대법원에서 김영란 양형위원장과 면담 가져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은 지난 3일, 김영란 양형위원장(오른쪽)을 만나 산재사건의 양형기준 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며 검토의견을 전달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은 지난 3일, 김영란 양형위원장(오른쪽)을 만나 산재사건의 양형기준 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며 검토의견을 전달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정부가 산업재해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법원의 판결결과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처벌기준에 크게 못미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개정 산안법 내용을 반영해 양형기준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이천 화재 참사’ 등 최근에 발생한 중대재해를 예로 들며,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양형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산업재해 분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높은 산재 사망률을 기록하는 등 부정적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법을 지키지 않을 때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유사한 재해가 발생한 바 있는 등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난 경우 등에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은 지난 2016년 제정됐다. 문제는 처벌수준이 법에서 정한 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2017년 산재 상해·사망 사건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피고인 총 2932명 중 징역 및 금고형을 받은 이는 전체의 2.93%(86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6개월 이상 1년 미만’ 처분을 받은 사례가 50%(43명)에 달했다.
징역 및 금고형 외에는 집행유예 981명(33.46%), 벌금형 1679명(57.26%) 등이었다. 벌금형의 경우에도 평균액은 개인(420만원)과 법인(448만원) 모두 4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처벌이 약한 이유는 양형위원회가 산안법 위반 사항을 ‘과실치사상범죄군’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갑 장관은 산안법 위반사건을 ‘독립범죄군’으로 설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달리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 기업범죄의 성격을 가진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장관은 산안법 위반 시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법인)에 대한 제제수단은 벌금형이 유일한데, 이에 대한 적정한 기준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산안법 전부 개정에 따라 법인에 대한 벌금형이 기존 1억원에서 최대 10억원으로 대폭 상향된 만큼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중 하나”라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소중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영란 양형위원장은 “양형위원회에서 양형기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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