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로 반등 예상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3%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에는 정부의 복지정책 영향이 축소되고 국내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물가상승률이 1.1%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5일 한은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0.4%)보다 0.1%p 낮아진 0.3%로 전망됐다. 올해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를 크게 밑돌게 되는 것이다. 식료품·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0.7%에서 0.4%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국제유가 하락,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물가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1.1%로 크게 반등할 것으로 관측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0.9%로 제시됐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저(低)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위기 이후에는 민간에서 예비적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많았고, 부채 상환을 위해 소비나 투자를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이와 함께 비대면 온라인 거래 활성화, 재택근무 확산, 자동화‧무인화 투자 확대 등도 기업의 비용절감으로 이어져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동안 확대 공급된 글로벌 유동성, 글로벌 공급망 약화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생산비용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정도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은은 “내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지겠지만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고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물가상승률 높아져도, 목표 수렴까지 더딜 것

물가상승률이 둔화한 건 올해 3월 본격 확산된 코로나19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중 1.5%로 1%대 중반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월 -0.3%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식료품·에너지 제외 기준 1월중 0.8%에서 5월 0.1%로 하락했다. 농산물·석유류제외 물가상승률도 같은 기간 0.9%에서 0.5%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물가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모형 등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 하락이 1월 대비 물가상승률을 0.9~1.0%포인트 정도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경제 성장세가 위축된 점도 물가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경기 부진으로 임금상승률이 둔화되면서 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강화된 복지정책 기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서비스 물가 둔화 등으로 기조적 물가오름세 자체가 둔화한 측면도 있다. 정부 복지정책 중 고교 무상교육, 무상급식 확대 시행,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저물가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도 전면 봉쇄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에 비해 생필품 가격이 덜 오른 점도 저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제유가 하락, 소비활동 위축 등의 여건 변화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미국,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물가상승률이 0%대로 둔화했다”며 “내년 물가상승률이 올해보다 높아지겠지만,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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