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 유성진 회장


건설안전기술사, 의무적으로 현장에 상주시켜야

지난해 산재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은 사고성 사망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으로 나타났다. 특히 차지하는 비율이 40.2%로, 그 다음 순위인 제조업(30.5%)보다 무려 10%P 가까이 높아 그 심각성을 또 한 번 느끼게 했다.

건설업의 높은 중대재해발생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점을 감안, 정부와 각종 건설안전유관기관, 건설업계 등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최근 이 고인 물과 같은 건설안전분야에 새로운 물결을 가져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이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지난 2월말 (사)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 제8대 회장에 선출된 유성진 신임 회장이다.

유 신임 회장을 만나 협회 운영 계획과 건설재해감소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회장님 및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는 1985년 설립된 이래 인간존중을 최우선 이념으로 하여 건설재해예방에 앞장서고 있는 건설안전전문기관입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건설재해예방 기술지도를 비롯해 건축물 구조 및 재해진단, 교량·터널 등의 안전진단, 재건축과 리모델링 진단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교육과 공동주택하자 검증, 법원감정서 대응보고서 업무 등 건설안전 전 분야에 대한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청 등에서 공직자로 근무를 한 바 있으며 그간 쌍용엔지니어링 이사, 도우엔지니어링 사장, 동남이엔씨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런 현장에서 다져진 능력을 협회원님들께서 높이 평가해주신 덕분에 최근 제8대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장에 선출되었습니다.

Q. 신임 회장에 선출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향후 협회를 이끌어 감에 있어 역점을 두실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설업은 이미 국내를 넘어 국제경쟁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앞으로 선진국의 건설시장 개방 압력이 본격화 될 것이고, 지금부터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준비의 핵심이 안전, 품질, 환경, 보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4가지 요소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중요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이 바로 안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 3요소와 비교할 때 현저하게 그 수준이 뒤처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건설현장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풍토를 배제시키고, 최고의 선진화된 기술력이 곧 ‘안전’이라는 인식을 널리 퍼트릴 것입니다.

아울러 협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에도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우리 협회가 건설안전문화를 선도하고 이끌어나가는데 있어 흔들림이나 부족함이 없도록 깨끗한 윤리경영문화를 확고히 정착시킬 것입니다.

Q. 공학박사를 필두로 건설안전기술사, 토목시공기술사, 도로 및 공항 기술사 등 유수의 자격을 보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신념이 남다를 것으로 보이시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양보’입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양보가 있기에 우리 사회가 지금껏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대부분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양보’이지만, 딱 한 가지 양보를 했을 때 큰 피해를 불러오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곧 ‘안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안전에는 절대 양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나부터 먼저해야하는 가치, 그것이 바로 ‘안전’인 것입니다.

제 ‘안전’에 대한 신념은 간단하면서도 명확합니다 안전에 미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안전은 이기적이어야 하며, 때론 고집도 있어야합니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기에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바로 안전입니다.

Q. 건설업에서 재해가 빈발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건설업의 특성은 여러분 모두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건설업은 구조적으로 재해발생의 개연성이 매우 높은 업종입니다. 대표적인 특성을 몇 가지만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한정된 공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외부환경에 노출된 상황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요인이 복잡하고 많습니다.

그리고 공정의 진척에 따라 근무여건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규칙적인 틀로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인력구조가 일용직 근로자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안전관리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내국인의 건설현장 기피현상으로 인해 언어소통 등이 원활치 않은 동남아시아 및 저개발 국가의 인력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효과적인 안전관리가 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Q. 그럼 재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발주청의 안전관리 조직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일부 발주청의 경우는 안전관리 조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선 체계적인 지도 및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기가 힘듭니다. 특히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도 부과되지 않아 재해예방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건설공사의 단계별 안전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설계단계, 공사착수 전 단계, 공사단계 등 각 진행상황에 맞는 맞춤형 안전관리가 펼쳐져야 복잡다양한 건설현장상황에 대응을 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대다수 현장들이 단계별 안전관리 계획을 세워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저 세운 계획을 이수하기 급급한 상황입니다.

진정 단계별 안전관리의 효과를 얻고 싶다면 상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현장점검과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합니다. 즉 끊임없는 관찰과 고민을 통해 당시 현장에 최적화된 안전관리가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Q. 건설안전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추진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한 발주자가 참여하는 안전관리체계가 활성화되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안전관리체계에 발주자가 참여를 하게 되면 설계단계에서부터 당연히 사전안전성 검토가 강화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히 안전인의 목소리와 입지도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협회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최근 몇 년간도 건설업 안전관리체계구축 연구자문회의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조사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건설현장에 건설안전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일정금액 이상의 건설공사현장은 건설안전기술사를 의무적으로 상주시키도록 하는 방안도 협회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자 합니다.

Q. 향후 정부의 건설안전에 대한 정책방향은 어떻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최근 정부의 기조는 기존 규제중심에서 자율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그르다는 말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말은 안전관리에 대한 각 현장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공사 참여자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은 물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문화가 현장에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건설업계가 모두 노력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의식개혁을 위해 조기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정부차원에서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안전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기술적인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결국 안전의식의 차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유럽 등의 선진국처럼 학교 정규교육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밖에 우리나라만의 특성화된 안전기술이나 기법의 연구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일례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건설안전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앞선 IT기술과 건설안전의 융합을 통해 독자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개발하는 수준에 올라선다면 우리나라 또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강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국내 안전인들과 전국 근로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모든 산업은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초대형화, 초고층화, 최첨단화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간 접해보지 못했던 사회적인 변수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건설업의 경우는 신공법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적용 시간도 점차 빨라지고 있어 사고발생의 요인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 또한 이런 급변하는 현장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기 위해 법·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신규와 기존을 망라해 산재다발업종을 집중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좋은 제도와 교육을 실시해도 근로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재해예방활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인 여러분, 안전을 생각에만 그치지 마시고 꼭 실천으로 옮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안전의 생활화가 이루어져야만 명랑한 직장과 행복한 가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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