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오해와 편견

김 동 기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 동 기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모씨(남. 54세)는 일을 마치고 집에서 쉬는 중에 별안간 우측 귀에서 매미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어지럽고 토하기까지 했다. 혹시나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아닐까하는 큰 걱정을 안고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먼저 MRI를 찍어 머리 쪽 질환이 아닌지 살펴봤다. 판독 결과 다행히 MRI상에는 이상이 없었다. 김씨는 청력검사와 귀의 균형감각을 알아보는 전정 기능검사검사를 통해 저음역대의 난청 소견과 동측의 전정기능 이상이 동반되어 메니에르병으로 진단됐다.


◇40∼50대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
메니에르병은 발작성 어지러움과 난청, 이명, 귀가 먹먹하게 느껴지는 이충만감 등의 4대 증상을 일으키는 내이 질환이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진 않지만 내이 즉,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과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을 순환하는 내림프액의 순환장애로 내이 내에 부종이 발생하면서 발생한다.

이 질환의 발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7.5명에서 157명까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남자보다 여자에서 그 빈도가 다소 높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빈도가 증가하지만, 40∼50대가 가장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양쪽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약 20% 정도로 대부분은 한쪽에서만 발생한다. 이와 함께 편두통을 가진 환자에서 메니에르병의 빈도가 높다는 보고도 있다.
 
◇구토 오심 동반된 어지럼이 수차례 반복되면 의심해 봐야
일반적인 어지러움은 30분에서 수 시간 동안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양상으로 나타나며 하루를 넘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심한 어지러움으로 구토와 오심이 동반되고 이러한 어지러움이 수차례 반복될 때 메니에르병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어지러움의 발작과 발작 사이에도 경미한 자세불안이나 가벼운 머리가 떠있는 듯 한 두중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함께 어지러움 발생 시 주로 한쪽 귀가 멍멍해지는 증상과 ‘웅’소리 같은 이명이 동반되며 난청 역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게 된다.   
 
◇다른 질환과 증상 유사해 전문의 진료가 중요
메니에르병과 유사한 증상인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질환에는 양성돌발성 체위성 현훈, 전정신경염, 편두통성 어지러움, 드물게는 뇌졸중에 의한 중추성 어지러움 등이 있다. 또한 돌발성 난청의 초기에도 난청과 함께 어지러움이 동반되므로 감별이 필요하다.

때문에 특징적인 병의 양상, 청력검사, 이학적 진찰 소견으로 진단하지만 위와 같은 병들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빨리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메니에르병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내이의 부종을 조직학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실제 사람의 달팽이관에서는 시행할 수 없는 방법이므로 여러 가지 청력검사, 전정 기능 검사, 탈수검사 등으로 진단하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병력의 청취로 2회 이상 명확한 회전성의 어지러움이 수십 분 이상 지속되고 청력검사에서 저음역의 난청이 확인되면 명확한 메니에르로 진단하게 된다.

그 밖에도 달팽이관과 청신견의 전기신호를 서로 비교하는 전기와우도 검사도 메니에르 진단에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방치하면, 청력 소실될 수도
메니에르병은 자연적으로 70% 가량이 호전되는 병이다. 그러나 이 질환을 진단받지 않고 방치 하는 경우, 어지러움의 잦은 재발로 많이 힘들게 되고, 어지러움이 반복되면서 청력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결국 청력이 점점 소실된다.

메니에르병은 초기부터 수술이나 고막 내 약물 주입술 같은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식이조절과 약물치료 같은 내과적 치료를 시행하고 이에 반응하지 않는 20∼30%의 환자에서 적극적인 치료법을 시행하게 된다.

먼저 내과적인 치료법으로 식생활 개선이 중요하다. 저염식, 카페인과 술, 담배의 섭취를 줄이며,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노력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는 예방적 치료로 내의 부종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뇨제가 가장 흔하게 사용되며, 혈관확장제 등도 보조적으로 처방된다. 반면, 급성 메니에르병의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나 전정억제제 같은 약물로 어지러움을 가라앉도록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수술, 고막 약물주입법 등으로 어지러움을 조절하게 된다. 이러한 치료는 환자의 어지러움 상태, 특히 환자의 청력 상태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경험 많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고막 내 약물주입술 중 하나인 겐타마이신 주입술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데 고막 내에 겐타마이신이라는 약물을 주입하여 전정기관의 기능을 부분적 혹은 완전히 파괴하여 어지러움을 조절하고자 하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이뇨제와 식이 개선으로 치료가 실패한 환자 중 청력이 이미 좋지 않은 경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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