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
노동자의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
  • 김보현
  • 승인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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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안전보건 불평등 가속화…안전보건 사각지대의 민낯 드러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하려면 보다 전문적인 보건관리 체계 구축해야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前 직업건강협회장)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前 직업건강협회장)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감염병 대응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보건의료종사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무더운 방호복에 때 이른 불볕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버티다 못한 이들이 실신하는 사례가 잇따를 정도다.

사상초유의 감염병 위기는 안전보건의 불평등이란 새로운 현상도 초래했다. 법과 방역의 사각지대를 파고들며 콜센터 상담사, 방문판매원 등 취약 노동자 계층에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 도출되면서 올해 초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으로 상승세를 타던 안전보건 최우선 분위기가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안전보건의 새로운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는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며, 기업 그리고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 30여년 간 때로는 실무자의 마음으로, 때로는 보건학자의 소신으로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발전을 위해 활발한 행보를 이어온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를 만나 그 해법을 들어봤다.

Q. 교수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시절부터 부족한 사회 안전망과 노동 취약계층에 관심이 많았어요.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서울대 간호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관리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말 우리나라는 고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각종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무엇보다 노동자 안전보건에 대한 의식이 상당히 취약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안전과 보건을 보장받을 권리를 몰랐고, 사업주 역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안전과 보건보다는 기업의 발전과 성장이 최우선시 되는 시기였지요.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 노동부에서 현장경험이 있는 저를 산업보건과의 전문위원으로 채용했습니다. 그곳에서 노총, 경총, 민간단체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현장 안전보건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각계각층이 단합된 목소리로 끈기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지요. 이후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는 판단에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민간 단체와 학계의 결집과 단합을 목표로 직업건강협회 11‧12대 회장, 대한건설보건학회 초대회장을 맡아 이끌며 안전보건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확산된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종사자들의 처우 및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현재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산업현장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는 보건관리자들이 눈에 밟힙니다.

대부분의 건설업 보건관리자들의 경우 전문 인력 부족과 업무량 과다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 이들은 건설업종의 특성상 노동자 발열 체크를 위해 아침 4~5시 출근을 합니다. 또 사업장 위생관리, 방역조치 등을 하다 밤 10시가 넘어 퇴근을 하는 강행군을 매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헌데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지난 1997년 만들어진 기특법(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때문인데요. 당시 경제위기로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외부기관에 보건관리를 위탁하거나 보건관리자를 1명만 두도록 완화해 두었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개정이 안됐습니다.

제가 직업건강협회장을 맡은 지난 2015년부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회장에서 물러난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았어요. 이 점이 무척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떠한 공중보건 위기가 도래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출될 새로운 위험요인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대응하려면 반드시 기특법 개정을 통해 보건관리자 확대 및 정규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감염병 사태로 노동 취약계층의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안전보건의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전보건의 불평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에요. 그동안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민낯이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것뿐입니다. 사실 안전보건의 사각지대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일용직, 특수고용, 간접고용 노동자 등이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표적인 취약계층입니다.

이와 함께 콜센터, 물류센터, 방문판매업종 등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지난 2018년 10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됐는데요. 이른바 ‘고객 갑질’ 등 이들을 괴롭혀 왔던 행위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들이 몸담고 일하고 있는 일터의 안전보건관리는 여전히 취약한 수준입니다.

실제 감정노동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콜센터 등 사업지원 서비스업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에 제외돼 있습니다. 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건강문제가 발생해도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이러한 업종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전문적인 보건관리 체계의 부재를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Q.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증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일하는 방식, 기술 등 일터의 작업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일터에서 나타나는 사고와 질병의 종류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의 균형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합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정책,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그리고 보호 대상의 범위는 제조업 등 과거 산업군 중심의 안전설비 및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보건분야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단적인 예로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대다수의 보건관리자들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을 관찰하고 조사해야 할 이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새로운 공중보건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조성하려면 보다 전문적인 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 바로 보건관리자의 처우 및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Q. 최근 직업건강협회 회장으로서의 임기를 마무리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6월 19일 열린 이‧퇴임식을 끝으로 11‧12대 직업건강협회장의 임기가 끝났습니다. 협회 회원인 전국 보건관리자들과 함께한 그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내심 뿌듯한 부분도 있지만 안타깝고 또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지난 5년간 쉼 없이 달려온 탓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산업현장 노동자의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계획입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달려오며 성취한 부분도 많지만 이루지 못한 것이 많은 까닭입니다.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 산재 공화국이란 오명을 아직까지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선해야하고 바꿔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민‧정 모두가 단합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란 민간단체의 조직 및 발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경제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분야에서도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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