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해야 하는 소방의 길을 숙명으로 여긴 후배였습니다. 그런 후배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고, 잘해준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못해준 것만 생각이 납니다.”

지난 2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 팔마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된 고(故) 김국환 소방장(30)의 영결식에서 순천소방 산악구조대 소속 고성규 소방장은 운명을 달리한 고인을 이렇게 회고했다.

김 소방장은 지난 2017년 2월 구조대원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보성 119구조대를 거쳐 지난 1월 산악 119구조대에 배치됐다. 육군 특전사 출신이었던 김 소방장은 투철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강점이었다. 특히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격으로 동료 대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누구보다 먼저 인명 구조 활동과 화재 진압에 앞장서 온 결과 지난 3년간 김 소방장은 1480건의 사건.사고에 출동해 무려 540명을 구조해 냈다.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18년에는 소방학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피서객이 계곡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았을 때에도 김 소방장은 늘 그래왔듯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출동은 그의 마지막 임무가 됐다.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물에 뛰어든 그였지만, 안전 줄이 끊어지며 거센 급류에 휘말린 것이다.

이처럼 김 소방장의 안타까운 사례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지다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소방청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지난 10년(2010~2019)간 구조.화재 활동 등에 나섰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54명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16명(약 30%)이 피서객들이 붐비는 여름 휴가철(7~8월)에 목숨을 잃었다.

국민들이 여가와 레저를 즐기기 위해 계곡으로,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떠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기에 이들은 뒤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들 역시 누군가의 성실한 가장이고,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국민 스스로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계곡이나 하천변 접근을 피하고, 산사태 위험지역에서는 사전에 대피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최근 집중호우로 불어난 한강에서 순찰을 피해 달리기를 하는 이른바 ‘우중 런’이 이슈가 되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또 태풍 ‘장미’의 북상 예보에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악천후 속에서 레저활동을 하던 20여명의 수영 동호회 회원들이 해저 동굴에 갇혔다 구조되는 사례도 있었다.

위기에 빠져도 구해줄 것이란 믿음, 나 하나쯤은 괜찮다는 만용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행동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슈퍼맨이 아니라, 집에서 늘 안위를 걱정하는 소중한 가족 구성원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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