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첫 사례, 약 2만여명에게 해당될 전망
가입 요건·보험료 부담 등의 문제는 남아

대리점과 택배 종사자 간 계약체결 시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첫 사례가 나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한진, 롯데글로벌지스, 로젠 등과 함께한 ‘택배 종사자의 휴식보장을 위한 공동선언’ 행사에서 앞으로 신규 집배점 개설 시 ‘산재보험 성립 신고’를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택배 대리점별로 계약을 맺고 있는 택배기사들을 산재보험에 가입토록 하겠다는 의미다. 기존 집배점의 경우 재계약시 동일한 내용을 필수 요건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CJ대한통운과 직접적인 계약관계는 아니지만 전국 영업점과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는 약 2만 여명으로 추정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지난 6월 기준 집계한 국내 택배기사 규모는 약 5만4000명이다. 즉, 이번 조치로 택배기사의 약 37%가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되는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은 기존에도 허용돼왔다. 정부는 14개 특고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는데, 택배기사는 2012년 5월부터 이에 포함됐다.

그러나 절반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특고 종사자가 적용 제외 신청을 통해 산재보험 가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가입률은 저조한 상태다.

CJ대한통운의 이번 조치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특고 종사자의 가입 요건이나 보험료 부담 체계 등에 따라 2만 여명 전체가 산재보험에 가입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고 종사자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산재보험법 125조(특고 종사자에 대한 특례)에 해당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이 조건을 충족한 택배기사는 전체 택배기사의 1/3 수준인 1만8000명에 불과하다.

보험료 납부 방식도 풀어야할 숙제다. 사업주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특고 종사자의 경우 직종별 기준보수와 직종별 요율을 합산한 보험료를 노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지난 5월 기준 산재보험에 가입한 택배기사가 7000여명에 그친 것도 보험료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료 납부에 대한 부담감은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만약 2만 여명의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한다면 그 보험료의 절반은 실제 계약을 맺는 대리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조치가 사업장에 취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취약계층 근로자의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정책 기조에 맞을 뿐더러 향후 업계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업계가 먼저 나서 계약체결 과정부터 산재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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