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근로복지공단, 유족 급여 등 지급해야"

출근 중 근로자의 과실이 일부 있지만 전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숨진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김현룡)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건물청소 방역 회사에 다니던 A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아침 출근길에 제주시 건주로 인근 교차로에서 신호위반 사고를 냈다. 이로 인해 마주오던 버스와 충돌하고 머리를 크게 다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후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근로복지공단 측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A씨의 재해 원인이 본인의 신호위반(중과실)에 따른 법률 위반 행위 때문이어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A씨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도중 발생한 사고이기에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A씨의 사고는 교차로 내의 신호등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상당한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공단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 결과 재판부는 A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사고를 낸 지점의 교차로 신호등이 차량 정지선 위에 설치돼 있어, 정지선에 맞춰 멈춰선 A씨가 신호등을 볼 수 없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공단 측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재해조사서’의 사고 경위에 “적색신호 대기 중에 ‘신호 변경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주행해 충돌사고로 사망한 재해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던 것도 재판부가 내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신호등을 올바르게 설치해두었다면 A씨가 신호를 위반하면서까지 교차로를 통과해야 할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과실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교통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A씨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 업무상 재해로 보아 이 사건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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