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우리 아들이 마지막 희생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먹는 시간을 달라. 대책 좀 어떻게 세워주시고 먹는 시간 좀 어떻게 마련해 달라”

최근 택배 배송 업무 중 숨진 고(故) 김원종씨의 부친은 지난 14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호소했다.

부친에 따르면 숨진 김 씨는 20년간 택배업에 종사해온 베테랑이었다. 헌데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증했다. 김 씨가 하루 평균 나른 박스는 400여개 정도. 매일 오전 6시 30분쯤 출근해 밤늦은 9~10시께 집으로 돌아오는 고된 날들이 이어졌다. 부친이 저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고프시니 먼저 드세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늦을 것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시간에 쫓겨야 했다. 그렇게 매일 생활의 터전에서 고된 릴레이를 벌여온 김 씨는 배송 업무 도중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로 목숨을 잃었다. 김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허나 지병이 없었다는 점에서 과로사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씨의 사례처럼 택배 노동자가 과중한 업무로 세상을 등지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최근 5년간 총 23명의 택배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그 수는 9명에 이른다. 택배 노동자가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과다한 업무량이 지목된다.

실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서 진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택배노동자는 매주 평균 71.3시간, 연간 노동시간으로는 약 3700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는 한국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택배 노동자가 짊어진 장시간 노동의 근본 원인에는 이른바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택배 분류작업’이 있다. 일반적으로 택배 업계에서는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를 세세히 분류하는 전담 인력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실정이다. 엄청난 배송 물량이 쏟아지는 설.추석 명절 등의 특수한 상황에만 한시적으로 추가 인력이 투입된다. 많은 이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숨통만 조금 틔워주는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시급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사태로 디지털.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택배 물량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시대 변화를 선제적으로 감지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업 종사자들의 안전보건, 휴식보장 등의 처우 개선에 관해 면밀히 손을 봐야 할 중요한 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택배 노동자 등 필수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출범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역할이 주목된다.

부디 택배 노동자들이 다시는 죽음의 릴레이에 내몰리지 않도록 빈틈없는 대책과 계획이 수립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