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배우면 배울수록, 매력과 보람 있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임현진 정학생회장

지난 2010년은 산업안전분야에 있어 의미가 남다른 해였다.

먼저 재해율이 0.69%를 기록하며 12년간의 길었던 0.7%대 정체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 번째로 정부가 단기 처방 위주의 정책을 펼치던 것에서 벗어나 ‘안심일터 만들기 대책’ 등 중장기 대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즉 본격적으로 산업안전의 미래를 다지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부와 안전인들만의 노력으로 이 변화를 성공적으로 매듭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래를 내다본 정책이기에 앞으로의 산업안전을 책임질 이들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현 세대가 놓고 있는 초석이 후대 안전인들의 손에 의해 탄탄히 다져질 때, 선진 안전국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큰 책임이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우리나라 안전을 짊어질 후학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본지는 예비 안전인을 대표하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임현진 정학생회장을 만나봤다.

Q. 안전공학과를 지원한 동기...

저희 세대를 두고 흔히 ‘V세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Various(다양한), Vivid(활발한), Valiant(용감한)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세대의 특성을 잘 파악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또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런 생각이 전공을 선택할 때 큰 영향을 끼쳤었습니다. 남들이 느낄 수 없는 보람을 느끼고 싶었고, 내 인생을 거는 것이니만큼 확실한 의미가 있는 학문을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길이 안전공학과였습니다.

사실 입학 당시만 해도 ‘안전’에 대한 개념이 미약했고, 잘 알지도 못해 불안한 마음도 조금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안전공학이란 그저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배움을 얻으면 얻을수록, 또 교수님들의 말씀을 들으면 들을수록 제가 선택한 길이 옳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Q. 안전공학과 교육과정에 대해...

저학년은 주로 공대생이 갖추어야할 기본 교양과 안전의 기초 학문을 배웁니다. 그리고 고학년으로 가면서 건설, 소방, 전기, 기계, 인간공학, 산업 위생 등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걸친 안전활동과 관련 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다만 특징이 있다면 고학년으로 갈수록 과목을 선택적으로 수강하여, 보다 심화된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산업영역 안에서도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안전지식과 활동을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이 저희가 배우는 모든 것은 아닙니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저희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많은 지식을 얻고 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현장과 연계해 수행하시는 여러 연구에 대해 수시로 알려주시며, 졸업한 선배님들도 종종 찾아와 생생한 현장의 상황을 많이 일러주십니다. 이를 통해 저희가 배운 지식과 학문이 현장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쓰이는지를 간접적이나마 늘 체험하고 있습니다.

Q. 교육을 받음에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앞서 조금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건설, 전기, 소방, 기계, 인간공학, 산업위생 등 여러 분야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특정 분야를 전공한 학생보다 지식이 얕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나름 안전공학과 내에서 관심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해당 분야만을 심도 있게 공부한 학생에 비해서는 그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부분에 대해 교수님이나 학교 차원에서 좀 더 신경을 써주시고 지원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완은 단순히 교수님이나 대학의 교육체계에만 맡길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앞서 우리 학생들의 의식이 먼저 깨어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나름의 고민 끝에 전공을 선택했지만, 저희는 이 안에서 또 한 번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갈림길에 서야만 합니다. 과연 내 적성에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 고민의 과정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안전공학과는 그런 면에선 좋은 토대가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현장의 안전을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학년 때부터 적극적으로 덤벼들어 여러 안전분야를 섭렵해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일찍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정이 서면 그 분야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매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최근 안전공학과 학생들의 주된 고민거리는?

저희의 고민도 여타 다른 과의 학생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성 문제, 등록금 문제, 학점 문제 등 다양한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를 꼽는다면 역시 ‘취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과 선배님들의 경우 열심히 노력하신 덕분이겠지만 대부분 취업에 성공을 하셨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다소의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갈수록 경쟁은 심화되고 있고,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으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특히 안전분야의 경우는 아직까지 우리 산업현장에서 그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보니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한 편입니다. 정규직에 비해 계약직, 임시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욱 많은 것이지요.

그래도 최근 일본의 원전사태나 잇단 자연재난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선배 안전관리자님들이 불철주야 산업현장을 누비며 애쓰시고 있기에, 갈수록 저희 후배들이 진출할 수 있는 활로도 더욱 넓어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Q. 학생 입장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수준...

 

강의 시간에 교수님들께서 안전 선진국의 우수한 제도나 시민의식 등에 대해서 많이 말씀을 해주십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입장에서 TV나 신문 등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할 때는 사실 많은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사고의 원인이 안전불감증이나 부실 공사가 원인으로 밝혀질 때면 학생인 저희조차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라고 배웠습니다. 또 저희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산업재해율이 높고,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의식이 낮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겠지요.

저희 세대는 88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났고, 4강의 신화를 이룬 2002월드컵과 G20 정상회의의 개최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기틀이 마련된 후 자라온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의 마음 속에서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가치입니다.

헌데 이 강국에서 유독 안전만은 발전이 더디니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어서 빨리 안전 또한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어,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강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향후 계획과 포부 한 마디...

제가 어떤 회사, 어떤 자리에 있게 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입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최고의 안전관리자가 되는 것입니다.

실력과 근성 그리고 근로자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안전관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있는 곳에서 만큼은 모든 근로자가 사고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담당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끔 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의 저는 경험도 미흡하고, 지식도 부족한 일개 학생이 불과합니다. 하지만 안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과 빼어난 안전관리를 하고 싶은 욕심은 그 어느 선배 안전인 못지않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각오를 되새기며 더욱 열심히 학업에 매진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부터 일상생활에서 안전을 실천하여, 미력하나마 안전이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는데 앞장서겠습니다.

Q. 향후 산업현장에서 만나게 될 선배 안전인들에게...

제가 새내기였을 때 한 선배님이 제게 다가와 잊을 수 없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바친다는 각오로 히포크라테스의 서약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의사나 간호사 보다 더 강한 자부심을 갖고, 각오를 다져라”

이 말씀을 듣게 된 후에 저는 우리 과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당당한 안전관리자로 우뚝 서겠다는 꿈도 꾸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따라 저희 후배들이 걷고 있습니다. 저희는 선배님들의 노력과 열정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선배님들이 다져주신 기반을 딛고, 우리나라를 안전강국의 대열에 꼭 올려놓을 것입니다.

선배님들! 용기 가득한 후배들이 당당하게 뒤에 서있음을 있지 마시고, 오늘 하루도 그리고 앞으로도 근로자들의 안전지킴이로 굳건히 서있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