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최근 걷기에는 조금 멀고 차를 타기에는 가까운 애매한 거리를 편리하게 움직이게 해주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로 킥보드가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공유서비스라는 새로운 사업형태와 결합되며 킥보드는 이제 여가활동 수단을 넘어 출퇴근 등 일상적인 이동을 위해 찾게 되는 하나의 교통수단이 됐다. 그 인기는 킥보드로 전철역까지 5~10분이면 닿을 거리를 뜻하는 ‘킥세권’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문제는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위험천만한 주행을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10월 24일 인천에서 남녀 고등학생 2명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택시와 충돌하여 한 명은 크게 다치고 나머지 한 명은 숨졌다. 현행법상 만 16세 이상부터는 면허를 취득해야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지만 이들은 면허도 없었고, 하나의 킥보드에 두 사람이 함께 탑승했다. 제도의 허점과 안전불감증이 만연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사고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49건에 그쳤던 전동킥보드 이용자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급증하며 지난해 890건을 기록했다. 3년 만에 18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886건이나 발생했다.

이처럼 전동킥보드 교통사고가 눈 깜짝 하는 사이 급증하고 있지만, 오히려 규제가 완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12월 10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전동킥보드를 사실상 자전거와 동일하게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이로 인해 촉발될 결과가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법적으로 차도가 아닌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게 됨에 따라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더 안전해지겠지만, 국내 자전거도로의 70% 가량이 자전거와 보행자의 겸용도로임을 감안했을 때 보행자는 인도에서 최고 시속 25km의 전동킥보드와의 충돌사고 위험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게다가 운전면허가 없어도 13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조작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또한 개정안에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긴 하나, 미착용에 따른 범칙금 조항은 빠져있어 제대로 이행될지 미지수다. 이대로라면 전동킥보드 사고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너무도 명약관화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국민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혁신 산업이라는 미명(美名) 하에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한번 느슨해진 안전의식 수준은 다시 끌어올리기 매우 어렵다. 서둘러 전동킥보드에 대한 강화된 규범을 마련하고 올바른 교통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앞으로 전동킥보드처럼 새로운 이동 혁신 서비스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이 때 안전이 항상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사업자들은 안전에 대한 책임도 함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하고, 국민들은 성숙한 안전의식으로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혁신산업이 가져올 거대한 편익에 젖어 그 위험성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다 함께 안전을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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