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를 기우로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우려를 기우로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 승인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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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 說

최근 경영계와 노동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 앨라배마주 연방법원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20세 여성 노동자 레지나 엘린을 사망케 한 자동차 부품업체 Ajin USA에게 유가족 보상 100만 달러, 과징금 50만 달러 등 총 150만 달러 지급 명령을 내렸다.

1995년생인 레지나 엘린은 앨라배마 주 쿠세타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제조 공장에서 일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평소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성품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인기가 좋았다. 반려견을 좋아했고, 쇼핑과 스파게티를 즐겼던 다른 20세 여성들과 다름없었던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랬던 그녀에게 2016년 6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다. 평소처럼 공장에서 일하던 중 로봇 기계의 갑작스런 오작동으로 운명을 달리 한 것이다. 특히 사고 직전 그녀가 결혼까지 약속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미국 사회에서 기업들의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해 커다란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美안전보건청의 조사결과 이 사고는 보수 작업 시 록아웃 태그아웃(LockOut TagOut, LOTO)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는 설비를 유지하거나 보수할 때 안전사고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장비의 전원을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갑작스런 오작동으로 인한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조립라인에 문제가 생기자 스스로 해결해 보고자 나섰던 그녀의 선의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경제 대국 미국에서의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해 경제와 노동자의 생명을 저울질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경영계에서는 이 법 제정 시 과잉처벌 등의 사유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기존의 법과 제도가 미흡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여론 역시 법 제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58.2%)은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다 개선되고 강화된 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발판 삼아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일궈냈다. 하지만 ‘OECD 산재사망률 1위’, ‘최악의 산재국가’라는 오명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올해 초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이제는 이러한 불명예를 벗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졌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은 크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주5일제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될 때 경영계와 노동계 간에 현재와 유사한 갈등이 빚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어떤가. 우리 사회는 변화된 제도의 혜택을 누리며, 더욱 발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줄어든 근무 시간만큼 더욱 열심히 일했고, 충전한 시간만큼 성과를 만들어 낸 까닭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달려 있는 문제다.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기우로 만드는 것은 강화된 법과 제도, 높아진 처벌 수위가 아닌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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