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오해와 편견

이동수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 동 수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일반적으로 궤양은 조직의 결손, 즉 ‘헐었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속이 쓰린 증세가 오랜 기간 계속되면 ‘궤양이 아닌가’하고 자기 자신이 진단해 정확하게 확인되기 전에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위·십이지장궤양 등의 소화성궤양은 우리 생활에 흔한 질환 중의 하나다. 소화성궤양은 위액에 노출되고 있는 소화관 벽의 조직결손을 말하는 것으로 여자보다 남자에서 약 2배가량 잘 생기며, 40대의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또 소화성궤양 중 위궤양은 50대에서 가장 많은 반면, 십이지장궤양은 30대에서 가장 많다.
 

◇헬리코박터균과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가 가장 흔한 원인
소화성궤양인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의 주된 기전은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 과다 또는 위산에 대항하는 위점막 및 십이지장점막의 위산 방어에 이상이 있을 때 생기게 된다. 소화성 궤양의 가장 흔한 원인은 헬리코박터균과 약국에서도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약물)이며 이외에도 스트레스 및 흡연 등의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원인은 헬리코박터균으로써 위 상피세포 표면과 점액층의 밑 부분 사이에 존재하는 균이다. 이 균수가 많을수록 위염의 정도가 심하게 되며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의 위험인자가 되기도 한다. 감염률은 선진국일수록 낮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약 60% 정도로 높은 편이며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다. 감염 경로는 주로 같이 먹고 마시는 등 사람간의 직접 접촉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건강 검진을 통한 위내시경 검사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소화기 궤양 진단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때 헬리코박터균이 양성이라면 반드시 소화기 내과를 방문 후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진통제의 무분별한 복용이 소화성궤양의 원인이 되고 대개 십이지장 궤양보다는 위궤양을 유발하게 된다. 진통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약물이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다만, 진통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위궤양환자 40%에서 식욕부진 증상

위궤양의 통증은 심하게 아픈 경우가 많고 주로 식후 30분 이내에 짧은 시간 동안 명치 부위의 통증이나 속쓰림이 있으며 제산제로 통증이 쉽게 완화되지 않는다. 십이지장궤양 환자에서는 특징적으로 명치부위 통증이 식후 90분에서 3시간 사이에 발생하고 한밤 중에도 자주 통증이 생기며 사람에 따라서는 통증이 등쪽으로 뻗치기도 한다. 또한 음식이나 제산제를 먹으면 위궤양에 비해 통증이 더 쉽게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식욕부진도 많이 호소할 수 있는데 위궤양 환자가 십이지장궤양 환자보다 많으며, 이로 인해 체중 감소가 초래되는 환자도 위궤양 환자에서는 약 40%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소화성궤양 환자에서는 출혈, 천공, 폐색 등의 합병증이 흔히 동반되므로 통증의 특성에 변화가 생기면 이들 합병증의 발생을 고려해야 한다. 즉, 통증이 음식에 의해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구토를 유발하면 폐색을 생각해야 하고 갑자기 심한 복부 통증이 발생하면 천공을 의심해야 한다. 또 토혈을 하거나 대변색이 검게 변하면 출혈을 생각해야 한다.
소화성궤양은 약 1/3에서 증상이 없던지 또는 특이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은 위암의 증세와 비슷하므로 증세가 있으면 전문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식이요법 및 생활습관의 교정 필요

담배는 궤양 발생의 빈도를 증가시키고 치료 속도 및 반응을 감소시킨다. 특히 천공 등의 합병증 및 재발을 유발하기 때문에 되도록 금연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궤양의 1년 내 재발률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군에선 약 20%인데 반하여 흡연군에서 72%에 달한다.
커피는 위산 과다 및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나 소화성 궤양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없다. 하지만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이 되고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우유의 섭취도 조심해야 한다. 과거에는 소화성궤양이 있는 경우 우유를 마시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알고 있었으나, 우유에 포함된 칼슘과 단백질이 오히려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켜 궤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혀졌다. 소화성궤양이 심한 경우 호전 될 때까지 우유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음주의 경우 위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금주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직업적, 경제적 요인 및 가족 내의 갈등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환경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뿐 아니라 궤양의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다.
반면 야채, 과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소화성궤양의 발생 및 재발이 감소하기 때문에 즐겨 먹어야 한다.


◇치명적인 질환인 위암과 감별도 중요

궤양 치료는 궤양소를 치료하는데 그 일차적 목표가 있다. 그러나 증상을 완화시켜 정상적인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나 합병증을 예방하고, 재발률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특히 위궤양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질환인 위암과 감별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시 추적관찰을 하여 이를 빨리 발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소화성궤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질환 중의 하나로 장기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약물 선택 및 치료방향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소화성궤양은 위·십이지장 점막을 파괴하고자 하는 요소인 위산 및 펩신 등의 공격인자를 중화시키는 제산제 및 위산분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위산분비 억제제를 사용한다. 또한 방어인자 항진제로는 약물로써 궤양소를 덮어 산, 펩신과 궤양 사이를 차단시켜주는 도포제, 점액분비 개선제 및 헐은 위벽세포의 재생력을 촉진하는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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