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제정안 국회 통과

지난해 6월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법이 반년 동안의 논의 끝에 지난 8일 제정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돼 시행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지만 산안법에 따른 처벌 수위로는 재해 예방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사회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일정부분에서 안전보건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이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대재해법을 놓고 제정 과정에서부터 극심하게 대립했던 노사의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영계는 기업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노동계는 온전하지 않은 법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본지는 중대재해법의 주요 내용과 현재까지의 각계 입장을 정리했다.

◇산안법과 다른 중대재해 정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대재해’는 다르다. 명칭이 동일하다고 해서 같은 것이라고 혼동하면 안된다.
산안법에 따른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했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안법에 따른 산업재해 가운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이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된다. 
즉, 중대재해법의 중대재해와 산안법의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만 공통될 뿐 나머지는 다른 것이다.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을 받는 당사자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마련됐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업주 또는 산안법 상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공장장, 현장소장 등)를 경영책임자로 해석할 수 있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정은 하위법령(시행령, 시행규칙 등)에서 정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도 경영책임자로 포함됐다.
 

 

10인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 및 1000㎡ 미만
다중이용업소 제외


◇중대산업재해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 엄벌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도 중대재해법에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또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할 때에도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 상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업주 등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경영계에서 이 의무 조항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우려의 뜻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하위법령 제정 시 보다 명확하게 규정될 전망이다.

중대재해에 따른 처벌 강도는 상당하다.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동일한 위반 사항에 대해 산안법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징역형에는 하한선이 있으며 벌금액은 최대 10배 높다.

부상,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처벌된다.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사업주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중대산업재해에 따른 법인(기관)의 양벌규정도 있다. 1명 이상 사망한 재해에 대해서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 부상자 및 직업병 발생 시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법인(기관)이 안전보건조치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한 경우에는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처벌 조항은 중대시민재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외에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법인(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의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의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뉴시스

 


◇손해액의 5배 미만에서 배상책임 있어
사망재해에 대한 처벌수위가 높아진 것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는 점은 중대재해법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사업주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해당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과 마찬가지로, 법인(기관)이 해당 업무에 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배상액은 법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정도 ▲의무 위반행위의 종류 및 내용 ▲의무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의 규모 ▲의무 위반행위로 인해 사업주, 법인, 기관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 ▲의무 위반행위의 기간·횟수 ▲사업주, 법인, 기관의 재산상태 ▲사업주, 법인, 기관의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노력의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정부, 중대재해 예방대책
수립·시행하고 이행상황을 국회에 보고해야



◇정부의 역할도 막중해
현재 산안법에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책무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수립 및 집행, 산업재해 예방 지원 및 지도, 산업재해에 관한 조사 및 통계의 유지·관리 등이다.

중대재해법에도 유사한 내용이 들어있다. 처벌을 위한 조문들만 규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지원책들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시민과 종사자의 안전,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 ▲중대재해의 종합적인 예방대책 수립·시행과 발생원인 분석 ▲사업주, 법인, 기관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 ▲사업주, 법인, 기관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술 지원 및 지도 등을 이행해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이행 상황과 중대재해 예방사업 지원 현황을 반기별로 국회(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즉, 정부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실효성 높은 대책을 수립.이행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계적으로,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역량과 자원이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참고로 2019년 기준,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수(2020명) 가운데 855명이 사고 사망자다. 그리고 이 가운데 359명(42%)이 5~49인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면 중대재해법의 처벌에 따른 소규모 사업장의 피해는 상당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의 하위법령 제정 시에는 소규모 사업장의 자율안전보건관리체계 정착을 위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가운데)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경제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손 회장 등 5개 경제단체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법의 보완입법을 요청했다. 사진 제공 : 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가운데)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경제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손 회장 등 5개 경제단체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법의 보완입법을 요청했다. 사진 제공 : 뉴시스

 

◇소상공인 등 일부 사업장에는 적용 안돼
중대재해법은 공포를 거친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인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또 상시근로자 수가 10인 미만인 소상공인, 유치원, 바닥면적 합계가 1000㎡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등은 제외됐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강은미 의원 ‘중대재해법’ 제정에 울먹…“허점투성이 법안 유감”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을 가장 먼저 대표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원내대표)은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현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중대재해법의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양당 합의라는 미명하에 부족하고 허점투성이 법안이 제출돼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법안에는 경영책임자가 면책될 수 있는 조항이 만들어졌고,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로 또 다른 차별이 기정사실화되는 등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그래서 법이 제정되는 이 자리가 결코 웃을 수 없는 서글픈 자리가 되었음을 국민 여러분께 고백한다”고 울먹였다.

강 원내대표는 제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 경영계와 과도한 입법이라며 처벌 수위 완화에 주력한 정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 원내대표는 “OECD 부동의 1위 산재 공화국이라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 법이 모든 기업주를 잠정적 살인자로 본다는 경영계의 엄포는 산재가 기업 살인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에 호소드린다. 그동안 산안법에 따라 산재로 죽은 노동자의 목숨 값은 평균 420만원이었다”며 “산재에 대한 사법부의 비판적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기업처벌에 상한액만 있는 법의 한계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법은 공포 후 3년 동안 우리나라 사업장 중 1.2%에만 적용된다. 98.8%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법 보호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원내대표는 “그러나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대재해법이 첫 발을 내딛은 것은 목숨을 건 단식을 한 유가족과 국민들의 성과”라며 “이 법을 통해 대한민국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중대재해법에 대해 비판했다.
류 의원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2000명이 넘는다. 목숨 값은 몇 백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오늘 중대재해법 표결에 기권한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을 차별하고, 목숨 값을 달리하는 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아쉽지만 첫발 내딛었다
정의당은 중대재해법이 통과되자 제정 촉구 단식 농성 해단식을 가졌다. 지난달 11일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29일 만이다.
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중대재해법이 아쉬운 첫 발을 뗐다. 누군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면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고, 기업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아쉽지만 이제 시작인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거대 양당은 중대재해의 정의를 내리는 데만 꼬박 하루를 보냈다. 중대재해법이 발의된 지 반 년이 지났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당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기업 입장이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끝내 져버린 중소벤처기업부 등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은 국민의 목숨을 헐값으로 치부하지 않고, 산업재해 공화국을 벗어나고자 하는 담대한 결정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이제 작은 발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강 원내대표는 29일간 함께 단식농성을 벌인 태안화력발전소 산업재해 피해자 고(故)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CJ E&M에서 장시간 노동하다 숨진 고(故) 이한빛 PD의 부친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국가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사람 죽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법 제정을 국회에서 막고, 나라에서 막고 있다”며 “비참한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똘똘 뭉치니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용관 이사장도 “너무 많이 부족하고, 아쉽지만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역사적이며 매우 뜻깊은 날”이라며 “동조 단식에 참여해준 모든 분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중대해법이 제정됐다”며 울먹였다.

 

노동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어도 괜찮다고 공인해준 것


◇노동계, 온전한 개정 위해 투쟁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법의 본회의 통과 직후 논평을 내고 “거대 양당은 한국노총과 노동시민단체,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외침을 끝끝내 외면하고 말았다”며 “다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법안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점, 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처벌 수위를 낮춘 점 등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완화된 조항을 살려야 실효성 있는 법 적용이 이뤄질 것이란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은 껍데기만 남은 법안을 ‘여야 합의’ 법안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기업 이익을 대변하며 ‘여야 합의’를 볼모로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을 희생시켰다”며 “거대 양당의 작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중대재해법이 아니라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이 제정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한국노총과 산업재해예방 단체들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중대재해법이 위험의 차별화를 만들었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과 5인 이상에서 발생한 죽음이 다르지 않음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중대산업재해에서 전면 제외해 죽음의 차별을 만들었다”며 “5인 미만 사업장 300만명 노동자는 죽어도 괜찮다고 공인해준 것”이라고 항의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한 중대재해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를 적용 제외해 노동자의 목숨 값을 차별하는 위험의 차별화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며 “법안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온전한 법안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김 위원장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방문해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홍 의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법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합의처리가 돼야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어 그렇게 된 면이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시행령을 통해 보완하고, 5인 미만과 법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연대를 통해 시행령 마련 과정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보호 조치를 최대한 담아내되 법 개정을 위한 투쟁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노동자가 예외 없이 중대재해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10만의 노동자, 시민의 입법발의가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라며 “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산재사망 유가족과 진보정당,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단식을 비롯한 처절하고도 헌신적인 과정이 있었고 민주노총은 이 과정에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노총은 “오늘 제정된 법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또 다른 편법과 꼼수를 통해 중대재해를 유발한 자들이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실제 대다수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을 무시한 법 제정으로 인해 사업장을 쪼개 가짜 50인 미만,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며 “중대재해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실효적인 처벌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본의 요구에 굴복해 온전한 제정 소임을 다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규탄의 입장을 밝힌다”며 “더 이상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 기업 경영환경
더 어려워져…수정 요구


◇경영계, 기업경영에 막대한 부담 주는 법·정책 이어져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해 경영계는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통과에 따라 기업 경영 환경에 부담이 막중해지며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세계 최대의 가혹한 처벌을 부과하는 위헌적 법이 제정된 데 대해 경영계로서는 그저 참담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또 경총은 “그동안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지난 연말에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특고 고용보험법이 개정되고, 이번에 중대재해법까지 국회를 통과하는 등 기업경영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법과 정책들이 일변도로 이어지고 있어서 국내에서의 기업 경영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안전·환경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고용과 투자 등 실물경제 기반도 약화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서도 ‘선 산재예방정책 강화, 후 처벌 강화’라는 기조 하에 선진 경쟁국 사례 등을 토대로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 다시 한번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합헌적·합리적인 법이 되도록 개정을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과 함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1년여 밖에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원인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숙고 없이 기업과 경영진에게만 책임과 처벌을 지운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중대재해법 통과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에 즉시 착수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영계, 주호영 대표 방문해 중대재해법 보완입법 요구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경제단체장은 지난 11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방문해 중대재해법의 보완입법을 호소했다.

이 자리는 국민의힘에서 경영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들 경제단체는 입법 막바지까지 수차례 호소한 경영계의 건의사항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또한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보완입법의 추진과 정부지원 확대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경영계는 현장의 부작용이 크게 예상되는 만큼 ▲사업주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으로 변경 ▲반복적 사망 시에만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주 의무 구체화 및 의무 이행 시 처벌 면제 규정 마련 ▲50인 이상 중소기업에도 최소 2년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안전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중소기업 산업안전 실태조사 실시 ▲안전보건조치 의무 구체화 및 매뉴얼 개발 ▲50인 이상 기업에도 현장컨설팅 지원 ▲안전관리전문가 채용 지원 등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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